▲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대의원
조선소 하청노동자 다수는 투표일에도 일을 한다. 하청업체는 아침 작업시간을 늦추거나, 오후께 퇴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투표시간을 부여한다. 하루를 온전히 쉬는 경우는 드물다.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이성호(47·사진)씨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하지 못했다.

2003년부터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한 그는 동료 전영수씨와 함께 지난달 11일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고가다리 교각에 올라 농성을 하고 있다. 9일로 29일째를 맞았다.

이씨와 전씨는 현대미포조선 ㄷ하청업체가 폐업하면서 지난달 9일 해고됐다. 동료들은 다른 업체로 재취업했지만 두 사람은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씨는 "해고자들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이어서 그런지 하청업체들이 채용을 꺼렸다"며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노조 활동가·조합원 리스트를 만들어 하청업체 채용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선소 블랙리스트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하던 물량팀 노동자가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 취업하려다 거부당하기도 했다. 조선소 간 블랙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는 정황이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씨가 새 정부 우선과제로 노동 3권 보장을 꼽은 이유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노동 3권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노동적폐"라며 "노동자가 권리를 지키려고 단결하는 것마저 막는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소는 일감에 따라 노동자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하청노동자를 이용한다. 구조조정 국면이 되면 하청노동자들을 가장 먼저 자른다.

이씨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을 지켜 주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호황기에 많은 이윤을 남긴 조선소 원청이 하청노동자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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