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하려면 상용직 중심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플랫폼 노동과 크라우드 워크처럼 전통적 노동시장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고용·노동형태가 등장하면서 고용보험이 포괄하지 못하는 취업자와 노동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고용보험과 공공부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워킹푸어)을 보호하기 위해 실업부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회보험료, 조세처럼 통합 징수해야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고용보험 혁신방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고용보험이 시행된 후 20여년간 적용대상과 수혜 범위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초에 설계된 방식대로 상용직 전일제 근로자 중심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노동시장에서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로 불리는 노동·자영업자를 넘어 플랫폼 노동이나 크라우드 워크 같은 새로운 고용·노동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비전형 고용·노동시장이 늘어날 전망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좁은 의미의 임금근로자를 보호하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유지할 경우 빠르게 늘어나는 새로운 일자리가 사회적 보호 범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피보험자 범위를 확대하고 급여 지급대상을 확대하는 고용보험의 패러다임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명백한 자영업자를 제외한 모든 종속노동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고용직처럼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애매하다면, 다시 말해 명백한 자영업자가 아닌 경우에는 고용보험에 우선 가입하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뿐만 아니라 산재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일괄 징수해 가입 확대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보험료를 조세처럼 징수할 수 있도록 징수업무를 국세청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제도를 개선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가칭)사회보험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업이 곧 빈곤? 실업부조로 막아야

이병희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업부조 도입을 강조했다. 고용보험 적용대상과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확대하는 것이 선결과제이기는 하지만 고용보험만으로는 근로빈곤층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빈곤 가구에 속한 근로능력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현금급여를 주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취업을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실업을 반복하는 근로빈곤층에게는 실업이 곧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정한 소득지원을 해야 한다”며 “고용서비스를 비롯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현금급여 지원과 결합해 빈곤과 저임금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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