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노동절, 법률상 '근로자의 날'로 불리는 날에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6명이 돌아가셨고 25명이 다쳤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

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절마저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당하는 현실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시민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절에 비정규직이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앞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크레인 운전수의 고용형태 차이와 장시간 근로 문제다.

이번 사고는 골리앗 크레인(goliath crane, 공식 명칭은 gantry crane)과 지브 크레인(jib crane)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골리앗 크레인 노동자는 정규직이고 지브 크레인 노동자는 하청노동자다. 이 점이 사고를 이해하는 출발이다. 조선사에서 크레인 장비는 매우 중요하다. 골리앗 크레인이 조선사의 상징인 이유다. 수백 개의 조각(1개의 조각을 '블록'이라고 하고 현장에서는 '김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이 도크(dock)에서 최종 조립되면 대형 선박이 된다. 골리앗 크레인은 지상에서 만든 블록을 들어 도크 안으로 옮기는 장비다. 블록과 블록을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브 크레인은 선박의 내장품 자재나 기타 필요한 자재를 지상에서 배 안으로 옮기는 장비다.

크레인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작은 실수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긴장 노동 탓에 2명이 2시간씩 번갈아 작업을 한다. 이들은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이뤄지는 작업내용을 자세히 모른다. 지상에서 크레인 노동자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노동자가 신호수다. 신호수는 작업순서를 조정하고 작업내용이나 장비 주변의 간섭 정보를 무전기로 크레인 운전수와 주고받으면서 일한다.

운전수와 신호수는 최고 수준의 신뢰관계가 필요하다.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최소 20년 이상 베테랑 노동자가 담당한다. 그런데 삼성중공업의 골리앗 크레인 운전수와 지브 크레인 운전수의 고용형태가 달랐다. 일단 정보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재 수준의 정보로는 이들 간 신뢰관계를 낮게 평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정보공유 체계가 작동해야 하는 작업시스템이 원청과 하청으로 분리돼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시스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작업시스템을 시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영자가 제대로 된 안전의식을 갖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지적할 문제는 크레인 노동은 조선업에서 대표적인 장시간 직무라는 점이다. 필자가 삼성중공업과 규모가 비슷한 대형 조선사의 근로시간을 연구한 경험에 비춰 보면, 조선사 중에서 골리앗 크레인 운전수의 노동시간이 가장 길었다. 이들의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20시간이었다. 연간 노동시간으로 계산하면 3천300시간을 초과했다.

필자가 만난 노동자는 33년 일하는 동안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골리앗 크레인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역시 구조적인 문제다. 조선업종은 외주제작 비율이 매우 높다. 선박의 중간 블록을 외주로 제작한다. 그러나 선박 최종 조립작업은 도크에서 해야 한다. 작업량이 도크로 몰리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도크를 더 만들기도 힘들다. 결국 경영진이 내리는 선택은 크레인 장비의 회전율을 높여 작업량을 소화하는 것이 된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장비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3교대로 운영할 수도 있으나, 시급제인 노동자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장시간 노동이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노동자에게 작업장 안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고는 효율성과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경영자의 고질적인 경영 관행이 낳은 인재라고 생각한다. 위험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고용이 불안한 하청노동자로 채용하는 관행만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그들에게 시급제가 아니라 월급제를 적용해 임금의 안정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장시간 노동을 하는 운전수의 졸음운전을 방치한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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