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 시행계획에 외주인력 양성계획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위탁업체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철도 관련 퇴직인력의 외주위탁업체 재취업을 유도해 청·장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안전업무 외주화 때문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도 외주인력을 늘리는 일자리 확대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열차사고를 기관사나 관제사의 인적과실로 몰아 외주화로 인한 사고 예방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안전대책에 일자리 끼워 넣기=국토부는 7일 “철도안전 분야 중점대책을 담은 2017년 철도안전 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철도안전 시행계획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수립되는 철도안전 종합계획의 연차별 계획이다. 올해 철도안전 목표는 지난해 대비 주요 철도사고를 20%, 철도사고 사망자를 6% 줄이는 것으로 정했다. 대형사고는 0건으로 목표를 정했다.

안전 예산도 지난해 대비 32.3%(6천103억원) 증가한 2조5천38억원을 투입한다. 광역·도시철도 910개 역 승강장 안전문 설치를 올해 완료하고 선로 무단통행 사고 방지를 위해 선로변 방호 울타리를 설치한다. 국토부는 안전 전문 인력을 양성해 사고를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철도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인적과실을 줄이고자 철도안전 전문 인력 양성계획을 시행한다”며 “국가지원 기능인력 훈련제도를 통한 현장 기능인력의 양성, 업무 숙련도가 높은 퇴직자의 재취업 지원을 통해 청·장년층의 일자리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외주위탁업체의 경우 별도의 교육훈련 시스템이 없어 인력 양성에 애로가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시행 중인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프로그램에 철도 분야를 포함시켜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기능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5년간 800명 수준으로 기능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퇴직자 인력은행을 운영해 향후 5년간 퇴직인력의 10%(700여명)를 외주위탁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외주위탁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선로에서 일어난 사상사고 9건 중 7건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당시 선로를 보수 작업을 하다 KTX에 치여 숨진 노동자들도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외주위탁업무 확대는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박세증 노조 정책실장은 “외주위탁업체 인력을 기능인으로 양성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퇴직자 인력은행, 재교육도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그럴싸하지만 결국 외주위탁업체에 재취업시켜 외부인력이 철도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영화 명분 쌓는 국토부=국토부 계획은 새 정부와 엇박자를 낼 확률이 높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김선동(민중연합당) 후보는 최근 노조와 정책협약을 맺고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 금지, 상시직 직접고용 전환”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측도 노조에 전달한 답변서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철도안전 업무와 차량제어·통신 등 핵심 기술업무는 직접고용 방식으로 전환해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외주화와 민영화 계획과 관련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철도 시설유지보수·물류·관제·차량부문 구조개편을 논의하는 철도산업 발전 포럼을 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럼은 국토부 관계자와 23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선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맡고 관련 전문가 14명, 시민단체 3명, 유관기관에서 5명이 참여한다. 국토부는 애초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철도노조를 포함시키려고 계획했지만 이해당사자로 한국철도사회산업노조가 들어갔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올해 2월 발표한 ‘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서 확정한 구조개편 내용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포럼을 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에서 내년까지 유지보수·물류·차량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관제는 2019년까지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포럼은 철도민영화를 전제로 이미 정해진 틀에서 진행되는 포럼이라고 판단해 노조는 물론 경실련·참여연대도 불참을 통보했다”며 “현재 유력 대선후보들의 입장과 국토부 계획은 전면 배치되기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철도산업과 관련한 모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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