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 공인노무사(평등노동법률사무소)

장애인 노동자와 관련한 법적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노동현장에서 법이 잘 적용되고 있는 걸까. 법과 형식면에서 일반인과 장애인이 평등하다지만 심리적·실질적으로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한 지적장애 3급 노동자(55·남)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수하물 처리업무를 13년째 해 왔다. 단순노무 업무여서 조장 직책을 맡아 문제없이 일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어느 날 출입금지구역에 잘못 들어간 사실이 적발돼 해고를 당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징계양정 과다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와 원직복직 판정을 받았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해고노동자의 길을 갔지만 문제는 복직 이후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가 지적장애 3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인천공항공항에 있는 사업소가 보안구역이니 지적장애인이 일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마지못해 복직명령을 한 뒤에도 보안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서울본사 사무실에 출근하게 하고 혼자서 보안시험 공부를 하게 했다.

처음 입사 당시인 13년 전에는 소정의 보안교육을 이수하고, 출입증을 발급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2017년에는 보안교육을 이수하고 나서도 보안시험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해야 정식 출입증을 발급받는다.

보안시험 80점 기준은 보통의 노동자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당 장애인 노동자와 함께 보안교육을 받았던 신입사원들은 인천공항사업소에서 시험을 보고 모두 합격했다. 반면 지적장애 3급 노동자가 서울 본사에 고립돼 혼자 공부하고 컴퓨터로 보는 보안시험을 80점 이상으로 통과하기는 어렵다.

13년째 기존 출입증으로 공항사무소에서 문제없이 근무했다는 사실은 보안시험 80점 앞에서 무너져 버렸다. 배려심 있는 회사라면 50일간 유효한 임시출입증을 매번 갱신하며 근무를 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회사는 임시출입증을 받아 가며 장애인에게 일을 시키고자 하는 의사도 의지도 없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지 않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차별행위”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출입증 발급기준을 장애인 노동자에게 달리 적용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1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따르면 사용자는 장애인이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도록 “해당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 편의 제공, 지도 매뉴얼 또는 참고자료 변경, 시험 또는 평가과정의 개선” 같은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비록 출입증을 발급하는 곳과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가 다르지만 장애인 노동자가 근무할 수 있는 시험기준 완화라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필요하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필자는 회사와 인청공항공사 출입증발급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팔순이 넘은 부모님은 장애인 아들의 복직판정을 받고 기뻐서 필자에게 밥을 사 주셨다. 식사를 같이하면 식구가 되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같이 웃고, 같이 울게 된다. 출입증 발급시험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한 장애인과 그 부모님은 현실의 벽 앞에서 또다시 눈물짓고 있다.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는 법이 마련돼 있지만 법을 적용하는 인간의 의지에 따뜻한 시선이나 자비, 역지사지의 마음이 없다면 높은 장벽에 장애인이 눈물짓는 사회가 될 것이다. 따뜻한 시선으로 장애인 차별의 장벽을 없애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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