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가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노조 밖으로 밀어냈다. 대공장 정규직노조와 정규직의 이기주의가 만들어 낸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1일 성명을 내고 "지부가 추진한 1사1조직 분리총회가 많은 우려대로 가결됐다"며 "비정규 노동자를 비롯한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드리게 돼 안타까운 심정 금할 길 없으며 대표노조로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부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지부 조합원 자격을 "기아자동차 내에 근무하는 자로서 조합원 규약에 해당되는 자"에서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을 위해 조합원 총회(투표)를 실시했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지부 조합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3만1천82명 중 2만6천711명(85.9%)이 참여했다. 규약 개정에 찬성한 조합원은 1만9천150명(71.7%), 반대는 7천397명(27.7%)으로 집계됐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가결됐다.

지부 조합원 중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2천800여명이다. 비정규직 외에도 정규직 5천여명이 규약 개정에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규약이 개정되면서 지부 밖으로 밀려난 옛 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1사1노조 분리총회가 가결됐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동자는 하나라는 기치 아래 기아차 정규직·비정규직이 더욱 힘을 내서 투쟁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분회는 금속노조 지역지부에 편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공장 정규직·비정규직의 과거 갈등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노조 한국지엠지부는 2009년 비정규직 1천명을 해고하는 것에 회사와 합의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 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특수고용직인 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거부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사내하청분회를 정규직 지부에서 분리하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 노동자의 단결 원칙을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위해 모든 노력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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