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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릴레이좌담 ③ 비정규직 문제] “정부가 시장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시그널 줘야”
   
 

[게재 순서]
1. 노동 3권과 노사관계(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3. 비정규직 문제(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4. 노동시간단축과 저임금 해소(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비정규직 800만명 시대다. 사회에 갓 발을 들인 청년부터 노후를 즐겨야 할 노인까지 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임금노동자 2천만명 중 1천만명이 평균 200만원도 못 받는 현실. 노동시장 양극화는 삶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최근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노동적폐는 어떤 게 있나”를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4.5%가 “비정규직 남용과 확산”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대선공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 대책”(39%)을 1위로 선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비정규직과 시간제 일자리만 늘려 버렸다. 박근혜 정부 1년차에 188만3천명이던 시간제 노동자는 2016년 248만3천명으로 32%나 증가했다. 양적 목표 중심이 아니라 질을 개선하고 공정성을 높이는 일자리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5일 오후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본지 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와 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정규직 확산의 원인을 짚고 대안을 제시했다.

조돈문 교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로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연구해 왔다.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과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 같은 저서를 냈다. 은수미 전 의원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했다. 조 교수와 은 전 의원은 자타공인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다. 사회는 김봉석 기자가 맡았다.

   
 

비정규직은 왜 줄어들지 않을까

사회 : 본지가 노동문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청산해야 할 노동적폐 중 하나로 비정규직 문제가 꼽혔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오랫동안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제시했는데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조돈문 : 한국의 노동시장은 과도한 유연성이 문제다. 비정규직이 절반이나 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이 제·개정됐다. 노동시장에 대한 진단 없이 각종 법안 제·개정이 이뤄지다 보니 유연성만 확대됐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 문제가 심각해졌다. 특수고용직 관련 보호입법 논의는 시작조차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를 늘리고 사용기간을 연장하려 했다. 파견노동자를 쉽게 쓸 수 있게 만들려고 했다. 초단시간 근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에 집착하면서 급증했다. 상시적인 일자리를 단시간 노동으로 쪼갰다. 고용률이 올라가면서 일자리 질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초래됐다.

은수미 :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원인에는 민주정부의 책임도 있다. 민주정부 마지막 시기에 노동시장 설계방향 중 하나가 유연안정성이었다. 개인적으로 참여정부와 가장 많이 부딪힌 부분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연안정성을 접목하면 유연성만 강조될 거라고 했다. 민주정부는 유연안정성 모델을 채택했다. 최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지적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과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노동시장이 유연한 정도를 넘어 흐물흐물해졌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프렌들리를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는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린 뒤 살릴 규제만 살리겠다”며 규제완화를 밀어붙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노동 적대정책이 시장에 시그널을 줬고,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조돈문 :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함께 정규직 노조운동의 한계도 비정규직 문제 해소의 걸림돌이었다. 전국 수준의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을 해도 정규직 중심 노조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하지 않는다. 자기 사업장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에도 반대하는 현실이다. 정규직 노조운동의 한계를 인정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현실화할까

사회 :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는 같은 임금과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가 지켜지지 않는다.

은수미 :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을 공약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입법 논의만 하느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만들어 기업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 입법 논의는 논의대로 하되 공공부문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시도를 먼저 해야 한다.

조돈문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모든 후보가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공공부문 비정규의 정규직 전환에 공무원과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반대한다. 반발이 거세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은수미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초원 교사의 예를 보자. 불가피하게 기간제를 둬야 한다면 정규직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을 구하려 목숨까지 잃었는데도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처리를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정규직 교사건 기간제 교사건 차별은 없어야 한다.

사회 :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노동형태가 생겨나고,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차별처우 금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시급한 것 같다.

은수미 : 배달 알바가 성행한다. 배달 알바를 보호하는 방법은 플랫폼 노동으로 새롭게 규정해 보호하거나 공동사용자 개념으로 공동책임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란 시장 같은 기능을 하는 플랫폼에서 상품처럼 노동이 거래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전통적인 노동형태와 달리 배달 알바처럼 음식점 사장에게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1인 기업이다.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 사업자가 아닌 배달 알바가 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유럽에서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고 관련 입법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책이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발생한 새로운 노동형태에 대한 진단과 현실의 변화를 반영해 차별처우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파견 판정받은 곳부터 정규직화”

사회 : 상시·지속 업무부터 정규직화해야 할 것 같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공공부문부터 가능하지 않겠나.

은수미 : 노무현 정부 당시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곳들부터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 나아가 2004년 2년 내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고 입사한 KTX 여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켜야 한다. KTX 여승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니까 한 청년이 “비정규직이 거저 정규직 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묻더라. 청년들은 자기 일자리 문제로 보는 거다. 따라서 KTX 여승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청년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내 일자리를 갉아먹는 게 아니구나’라는 경험이 우리 사회에 쌓여야 한다.

사회 : 2010년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관련 소송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정규직·불법파견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돈문 : 위장도급·불법파견 문제가 심각하다.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최병승씨를 제외한 나머지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한다.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급과 파견 구분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선후보 공약을 보면 정부가 발주한 사업의 경우 발주처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감점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파견이나 간접고용 비정규직 고용률에 따라 법인세 등에 불이익을 주고, 정규직 전환을 잘하는 사업장에 이익을 주면 된다.

은수미 : 대법원 판결에 따른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는 최소 8천명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5천억원만 들여도 현대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대차는 10조5천억원을 써 가며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이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근혜 정부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해 준 결과 삼성은 앉은 자리에서 정규직 전환비용 2천억원을 벌었다. 그렇다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사업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직무형 정규직, 또 다른 차별?"

사회 : 해결책을 논의해 보자.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만큼은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는데.

조돈문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공공부문에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미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있는데 그것과 다른 범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자면서 별도의 범주를 만든다? 잘못된 접근이다.

은수미 : 직무형 정규직은 당장 차별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차별해소를 늦추자는 얘기 아닌가. 공무직처럼 불가피하게 일부 업무에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걸 목표로 내세우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회 :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화를 비롯한 해결방안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실천 아닌가.

조돈문 : 고용보험제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좁혀 보자.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정규직조차 소득대체율이 30~40% 수준이다. 1년 미만 근무자의 경우 수급기간이 3개월이다. 고용보험제도를 바꿔 수급기간을 연장하거나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노동자들이 이후 삶을 준비할 수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50%에도 못 미친다. 임금과 고용에 이어 사회보험 가입까지 정규직과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용보험을 확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은수미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교섭 및 체결권한)를 바꾸고 싶다. 29조에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조합원’을 ‘근로자’로 바꾸자는 거다.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업장 근로자를 위해 교섭할 수 있다면 노조 운신의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취업규칙도 없애야 한다.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사업장 규율이나 기타 근로조건에 대한 사항은 노사협의로 정해야 한다.

“비정규직 공약, 의지대로 관철되길”

사회 :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여러 공약을 내놨다. 어떻게 평가하나.

조돈문 : 대다수 후보가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측면에서 공약을 발표했다. 기본 방향은 같다.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공약을 보면 상시적인 업무는 직접고용을 하고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준수하고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이 정도 의지가 있는 정권이 출범한다면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 나가는 노동시장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도 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OECD 평균 수준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밝히지 않았다. 또 비정규직을 어느 유형부터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로드맵이 없다.

은수미 :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공약이 빠져 있다. 배달 알바만 전국에 2만명이 있다. 새롭게 변모하는 노동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또 비정규직 개념을 재정리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업무상 사용자에 종속돼 있으면 자영업자든, 임금을 받든, 수수료를 받든 모두 노동의 범주에 포함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8월 플랫폼 노동을 노동법에 포함시켰다. 플랫폼 노동자도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노조에 가입한다. 과거에는 고용이라도 하면서 착취했다면, 이제는 고용 없는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

청년들은 호모사피엔스가 아닌 호모(homo)와 인턴(intern)의 합성어인 호모인턴스라고 부른다.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인턴 생활만 반복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자조적 의미에서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임금노동자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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