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국장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1939년 런던.

한 소설가는 새 소설의 소재를 위해 정부 고위관료인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함께 나온 친구의 아내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그녀 역시 소설가에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둘은 소위 ‘불륜’의 관계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 날 대낮부터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던 순간 폭격에 의해 소설가는 계단 아래로 떨어져 의식을 잃고 만다. 그가 깨어났을 때 여인은 혼자 침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있었고 곁에 있어 달라는 그의 요청을 뿌리친 채 떠나 버린다.

1955년작 <애정의 종말(The End of the Affair)>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애수>(1999년작)의 내용이다.

세월이 지나 2년 후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그는 그녀에게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게 된다.

폭격으로 의식을 잃은 그를 두고 그녀는 신에게 “이 남자를 살려 주시면 다시는 이 남자를 만나지 않겠노라”는 기도를 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남자는 의식을 차리고 그녀는 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를 떠난 것이다.

여자 주인공이 애타게 기도한 그 신의 이야기가 담긴 성경에는 많은 약속이 담겨 있다. 성경을 구성하는 구약과 신약은 ‘옛 언약’ ‘새 언약’, 즉 하느님과 그의 백성들 간에 말로 한 약속이라는 뜻이다.

실제 ‘언약’이라는 단어는 구약에서는 286회, 신약에서는 33회가 나오고 ‘약속’은 구약 43회, 신약 68회가 나온다고 한다.

선거는 많은 약속이 쏟아지는 공간이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다양한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극심한 노조혐오에 빠진 돼지흥분제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지금보다 나아진 내일을 그려 볼 수 있다. 물론 그 후보들이 속한 당의 국회의원수를 살펴봤을 때 ‘왜 진작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들은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구애의 약속을 던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수많은 약속을 말한 후보 중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그리고 5월1일 노동절에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한다.

문 후보는 지난 3월22일 한국노총 단위노조대표자대회와 이달 14일 한국노총 방문을 통해 많은 약속을 내놓았다.

“한국노총의 정책요구안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노동정책 설계도가 될 것이다” “노조 전임자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겠다” “한국노총과 노동문제에 관계된 것이 있으면 몇날 며칠이라도 만나서 대화하겠다”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서 비정규 노동자가 빈곤의 벽을 넘어 희망의 사다리를 제공하겠다” 등이 그것이다.

이 약속들이 하나씩 지켜질 때 광장의 시민들이 외쳤던 “이게 나라냐”는 그의 구호처럼 ‘나라다운 나라’로 바뀔 수 있다. 귀를 기울여 주는 이가 없어 더 높은 곳에 서면 보일까 해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던 노동자들도 이제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다. 약속만 지켜진다면.

“사람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만한 좋은 기억력을 가져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 한국노총은 좋은 기억력을 가진 후보를 선택했으며, 국민 역시 그러할 것이라 믿고 싶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국장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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