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디메틸포름아미드, 흔히 DMF로 부르는 화학물질이다. 간 독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한 의사라면 누구나 주의 깊게 확인하는 요주의 물질이다. 이 물질에 대한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의 경계심은 조금 더 특별하다. 2006년 발생한 DMF 중독 사망사고 때문이다.

2006년 부산의 한 피혁업체에 근무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DMF 취급업무와 관련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았고 간 기능이 현저히 악화된 소견을 보였다. 하지만 병원은 업무 전환조치 없이 DMF 취급업무가 가능하다고 판정했다. 결국 그 노동자는 동일 업무를 지속하다 80여일 만에 DMF 중독에 의한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했다. 특수건강진단을 했던 병원은 최초로 특수건강진단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120개 특수건강진단 기관을 일제점검했고 부실기관으로 확인된 96개 기관(80%)을 지정취소(3곳)하거나 업무정지(93곳) 처분했다. 특수건강진단 제도가 만들어진 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제점검이자 전무후무한 징계조치였다.

예컨대 무자격자를 고용해 건강검진을 하거나 사업주 요구에 맞춰 직업병 유소견자를 일반질병 유소견자로 바꿔 주거나 유해인자 누락 등을 통해 검진비용을 할인해 주는 이른바 덤핑 행위를 했다.

노동계가 꾸준히 제기한 사업주와 특수건강진단 기관의 유착관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특수건강진단이 병원 수익사업으로 전락했다. 사업주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전시행사로 활용됐다.

이러한 일제점검과 징계조치, 그 속에서 드러난 치부들은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은 물론 특수건강진단 기관들에게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 당시 민주노총은 특수건강진단 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를 지적했고 이를 개선할 대안을 제시했다. 당시 제안은 다음과 같다.



△ 검진기관 선택권을 노동자 집단에게 줘야 한다.

△ 사업장에 필요한 특수검진을 해야 한다.

- 검진 전 예비조사 및 검진 계획서 의무화

- 검진 내용 및 방법, 주기 결정 등 노동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건강평가제도 신설 방안과 노동자 개인의 직업병 확진 제도 신설 방안 마련

△ 특검으로 사업장의 문제점과 함께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 검진기관의 검진 후 검진결과 보고서 작성 및 설명회 의무화

- 사후관리 내용에 작업환경 개선 내용 첨가

- 안전보건공단의 감시기능 강화와 현장 개선 강화

△ 취약계층인 불안정 노동자의 건강권 및 노동권 보장이 필요하다.

△ 검진기관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하나같이 모두 중요한 내용들이다. 현재 특수건강진단에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9회에 걸쳐 진행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산업안전보건제도개선위원회를 거치면서 무력화되고 말았다.

가장 중요한 '검진기관 선택권'은 합의문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작업환경측정과 근로자 특수건강진단 결과의 신뢰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기존 제도의 활성화와 함께 진단기관 평가 후 공표제 등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보완해 나간다"는 내용으로 기존 제도 내에서 진단기관에 대한 평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식으로 합의했다.

20년 만에 확인한 총체적인 특수건강진단 제도 부실의 원인이 특수건강진단 기관과 그 선택권을 가진 사업주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임이 명백함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특수건강진단 기관 평가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특수건강진단 기관은 사업주 눈치를 보고, 평가는 보여 주기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작업환경측정이 부실해지는 이유도 사업주에게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 제대로 된 측정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스럽다.

DMF 중독 사망사고 이후 무엇이 변했을까. 앞으로 칼럼에서 2008년 노사정위 산업안전보건제도개선위원회가 제시했던 내용들이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제도개선 효과는 있는지를 짚어 본다. 이를 통해 특수건강진단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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