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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임금, 새로운 노동질서를 향한 전략적 개념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지역에 신규 자동차공장을 설립해 일자리를 창출하되, 연봉을 4천만원 정도 수준으로 정하고 하청과의 임금격차를 줄여 나가는 방식으로 교섭을 전개해 일자리 창출과 격차완화를 도모해 나가자는 취지로 제시된 개념이다.

기존 완성차업체의 1억원 가까운 평균연봉과 6천만원을 웃도는 초임 수준이 부담돼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낮은 임금이더라도 일정한 안정성이 보장되는 일자리이면서 신규투자 고려가 가능해지는 조건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기존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저생산성과 갈등적 노사관계, 숙련배제적 자동화, 경직된 임금체계와 장시간 근로 문제를 극복하고 경영참여와 노동의 인간화, 작업장 민주주의 그리고 신뢰에 기반한 상생의 노사관계로 꾸려 가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지속가능한 노동시장 질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찾아 광주를 떠나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희망을 줘 보자는 거다.

일자리 창출과 상향균형화(upward-balancing)를 동시에 도모하자는 취지를 갖는 꽤 참신한 발상이다. 우리 사회 일자리 질서의 정체와 격차심화 양상에 대한 극복의지가 담겨 있다. 핵심에는 바로-그것이 어떤 특정 부문에는 연봉 4천만원일 수도 있고 다른 부문에는 3천만원일 수도 있는-이른바 ‘적정임금(appropriate wage)’을 추구하자는 논리가 있다.

적정임금은 하나의 역동적인 실천 개념이다. 크게 네 가지 가치요소가 담겨 있다. 첫째는 투자 기회와 신규일자리 창출기회 증진이다. 둘째는 적정한 안정성과 생활기회가 보장되는 일자리의 양질성 보장이다. 셋째는 격차완화와 사회적 연대를 지향하는 상향균형화의 구현이다. 넷째는 이해주체들의 포괄적 협의 내지 합의를 기초로 한 소통성의 담지다.

단지 절대적인 액수를 정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것만의 독특한 요소들을 나열하자는 것도 아니다. 어떤 테크니컬(technical)한 임금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필요할 경우 적극 모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살짝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치 실현을 도모하면서 지금의 퇴행적인, 즉 신규일자리 창출을 제약하고 일자리 질의 하향화와 격차심화를 조장하며 소통의 단절이 전제가 된 노동시장 질서를 재생산해 내는 임금결정 원리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점은 사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또 대기업과 공기업의 힘 있는 노조는 노조대로 자신들의 고착된 이해관계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법과 정책을 가지고 노력해도 사회 구성원들의 각성과 참여, 그리고 현재의 질서를 바꾸려는 의지가 없이는, 그래서 약자들의 이해에 대한 공감과 새로운 원리를 구현하면서 파이를 키우고 나누려는 의지를 구현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범인들은 그저 내가 받는 임금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그 임금이 어떠한 구조적 질서에 기반을 둔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임금결정 방식이 특정한 누군가에게 많은 일감과 노동시간, 고임금을 준 반면 그 부담으로 투자가 꺼려지고 신규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그 결과 후속 세대들이 그보다 3분의 1도 안 되는 보상에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일자리를 취하며 불안해하고, 그러한 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면 이 질서는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그저 국가의 일이고 대기업의 일이고 힘 있는 사업장 노동조합의 일인가.

광주에서 들고나온 적정임금 개념은 우리 사회 일자리 증진과 상향균형화를 이뤄 내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가치가 있다. 만일 개혁의 가치들에 동의하는 이들, 현재의 질서를 전환해 가는 것이 미래세대와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정임금이라고 하는 하나의 표상을 향해 같이 움직여 간다면, 그러한 ‘상생을 위한 조정’이 어딘가에서 구체화하고 확산한다면, 우리 사회는 비로소 ‘답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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