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이전 정부의 노동정책을 재검토하고 개혁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국회를 통한 입법 방식이 아니더라도 행정부 권한으로 노동개혁의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노총과 민변·참여연대를 포함한 9개 단체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행정부 권한으로 가능한 노동 분야 적폐청산과 개혁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새 정부, 박근혜 노동적폐 얼마나 정상화할까

박근혜 정부는 사용자 권익을 보호하고 자유를 주는 한편 노조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의 노동정책을 일관되게 펼쳤다. 대표적인 정책이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다. 저성과자를 기업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취업규칙 변경을 사용자가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공부문에서 이뤄진 성과연봉제는 임금결정권이 사실상 사용자에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를 받고 있다.

첫 발제를 맡은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약근로자의 임금을 보호하고 사용자로서 국가가 모범을 보이고, 노조 설립과 단체교섭을 촉진하는 데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위법한 지침 폐기와 공무원노조·전교조 설립신고증 교부 등의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통해 기관의 실제 사용자로 자리 잡고 있다"며 "평가기준과 적용방법에 따라 공공부문 노사관계 자율성이 좌우지되는 상황에서 경영평가 제도개선은 노동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비롯해 위장된 노동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강 교수는 "근로감독기관·국세청·건강보험공단이 합동본부를 구성해 신고·조사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를 찾아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임금근로자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숨은 노동자와 사용자를 찾아 노사에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얘기다.

"위법한 지침 폐기, 노조설립 보장, 노동시간단축 가능"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두 번째 발제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조할 권리·노동 3권 보장, 노동시간단축·청년실업 해소, 노동안전 보장, 노동위원회 제도개선을 행정부 권한으로 가능한 노동 분야 우선개혁 과제로 꼽았다.

이 실장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 흐름에 근거해 사업장 근로감독과 사회보험료 징수 같은 적극적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원청의 노조활동 방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노동위원회가 이들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휴일노동을 연장노동에 포함하지 않는 행정해석을 폐기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청년 신규채용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노동시간단축과 청년실업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는 기능을 가진 노동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민주노총은 대선 직후 정부를 상대로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교섭자리에서 행정부가 할 수 있는 개혁과제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팀장·박성우 공인노무사·김선수 변호사가 토론자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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