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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릴레이좌담 ②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 "노동행정의 시작과 끝은 노조할 권리 보호"

[게재 순서]

1. 노동 3권과 노사관계(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3. 비정규직 문제(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4. 노동시간단축과 저임금 해소(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정기훈 기자
   
 

조기 대선을 맞아 사회 곳곳에서 적폐 청산 요구가 일고 있다. 노동계도 그렇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재벌과 정치의 유착에서 출발했다. 일부 정부부처는 재벌 지원 부서로 전락했다. 정부가 합리적 중재자이길 포기하고 사용자와 편을 먹고 선수로 나선 양대 지침이 대표적이다. 노동자 보호는 안중에 없는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에게 "노동적폐가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대답이 많았다. 노동적폐로 고용노동부·노동행정을 지목한 이는 18명, 사용자 편향적인 노동 법·제도를 꼽은 응답자는 13명이었다. 응답률 38%로 노동 3권 실종에 이은 핵심 적폐로 꼽혔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행정이 적폐로 꼽힌 이유를 구체적으로 듣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묻는 좌담회를 지난 24일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본지 사무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이 참석했다. 김봉석 기자가 사회를 봤다.

"강력한 권한 있는 노동부, 책임 방기"

사회: 노동행정이 왜 적폐로 꼽혔는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자.

권두섭 : 노동부에 주어진 권한은 굉장히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인이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다. 노동부는 행정감독권과 강제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이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규범력은 낮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는 노동자가 266만명가량이다. 비정규 노동자는 사회보험이나 근기법의 주요 조항들을 적용받지 못한다. 노동부가 강력한 권한이 있는데도 그 권한을 노동자 입장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

김형동 : 맞는 말씀이다. 노동부는 어쨌든 정부부처 안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헌법상으로 부여받은 노동기본권을 근간에 두고 행정적으로 실현하는 주무부서다. 그 목소리를 과연 제대로 냈는지 묻고 싶다. 경제 발전 혹은 기업 이익을 명분으로 노동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자신의 역할을 내던져 버렸다. 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노동기본권을 뒤로 미뤄도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기본권을 폐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부는 어마어마한 행정권을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성장을 위한 목표로 썼다. 정부가 경제관련 대책회의를 하면 노동부 장관이 참여한다. 그곳에서 ‘경제 발전을 하더라도, 노동자의 안전·건강·임금은 보호하면서 해야 한다’고 발언해야 하는데, 그저 추인하는 부서로 전락했다.

권두섭 : 노동부에 ‘노동자를 보호하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기업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진 의무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김형동 : 적극적인 보호가 아니라 질서 위반이 있을 때 단속만이라도 제대로 하라. 노동부가 이명박 정부 때 고용노동부로 바뀌면서 성격이 이상해졌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이다. 본래 노동부의 역할이 아니다. 다른 부처가 해도 충분하다. 굳이 노동부까지 고용의 의무를 부여하면서 원래 해야 할 노동자 보호는 물론 질서 위반에 따른 단속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근로감독, 정책과 행정이 사용자 현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근로감독 얘기를 좀 더 해 보자.

권두섭 : 대선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이 노동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제기한 공약들이 있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합하고 근로감독청을 신설하자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다 좋다. 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방식에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 바꾸기 전에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현행 체제 안에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노동부에 왜 제대로 못 하냐고 물으면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고 한다. 또 ‘근로감독관이 부당노동행위 수사 등을 하는 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도 한다. 전문성 부분은 노동부 내부에 경험이 쌓인 것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 안에 습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노동부의 다음 변명은 일반 임금체불 진정사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1인당 1년 평균 263건을 임금체불 진정을 처리하고 있으니, 힘들다고 한다. 정작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사회적 이슈를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근로감독하기에는 여력이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행 틀 안에서 바꿀 수 있다. 노동부 본부와 지방청에 근로감독 전담 부서를 만드는 것이다. 명칭은 뭐든 좋다. 전담 부서는 개별 진정사건을 담당하지 않고 최소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사회에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했으면 한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광역수사대처럼 말이다. 올해 초 전북 전주에서 벌어진 LG유플러스 협력업체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보자. 집회를 열고 유가족들이 나서 요청한 끝에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졌다. 상당수 특별근로감독이 이렇게 마지못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김형동 : 근로감독관 논의가 수를 늘리는 쪽에 방점을 둔 것 같다. 수를 늘리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지 생각해 보자. 노동부 스스로가 근로감독관 업무 하중을 높인 원인 제공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근로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이다. 지위체계 때문이라거나 정부 성격이 그렇다는 얘기는 차치하고,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근로감독을 본인이 철저하게 했다면 일반 진정사건에 허덕이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제 경험을 보면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건을 반복적으로 위반한다. 방금 근로감독관 개인의 역량과 의지를 말씀드렸는데 제도적인 미완점은 빠른 보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불법파견 사건에서 근로감독관에게 직접고용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그 결과가 가져올 파장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국회가 하루빨리 입법을 통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등의 보완을 해 줘야 한다. 누가 봐도 사회정의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노동사건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진입장벽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 제도적인 장치가 있어도 벌어지는 사건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체불임금과 부당노동행위 사건이다. 반의사 불벌죄로 바뀌긴 했지만 현행법만 정확히 지키더라도 사건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노동행정, 선택과 집중 필요"

사회 :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노동행정 관련 공약을 했다.

권두섭 : 현재 노동사건은 검찰 공안부가 담당한다. 노조를 조폭,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사용자의 범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찾고 처벌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오히려 노조가 커지지 않도록 활동을 제도적으로 막아 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러니 노동부가 압수수색을 신청하면 수용이 잘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노동사건을 공안부가 아닌 형사부로 편재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근로감독관에게 수사권을 왜 쓰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검찰이 안 받아 준다고 한다. 검찰에서는 노동부 공무원들이 수사기법을 잘 모르고, 압수수색 신청서도 못 쓴다고 한다. 핑계일 뿐이다. 압수수색하고 구속수사하는 것들은 그동안 쌓인 경험을 감안했을 때 교육 한 번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다. 이것과 관련해 노동부가 법무팀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검사나 경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특채로 채용해 법무실에 배치한 후 근로감독관들이 수사권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회 : 근로감독청을 만들고 파견검사를 배치하자는 의견도 있다.

김형동 : 노동검찰을 도입하든 국세청이 포함된 공동감독을 하든 기존 근로감독 수준을 넘어선 국가적인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노동사건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노조가 처벌 대상이 되거나 노동자나 노조를 부당하게 탄압한 사용자가 처벌 대상인 경우다. 노동검찰이 만들어진다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를 괴롭히거나 파괴하는 집단이나 자연인을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노동조합 일반에 일어난 일을 노동검찰이 다루면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견 등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고, 검찰 조직 안에서도 전문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소송으로 갔을 때 노동을 전담으로 하는 검사가 소추를 하고, 상대방이 피고인으로 서게 되면 사건이 명료하고 신속하게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떤 체불임금 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재판 시간을 줄이는 것도 노동사건 해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노동검찰이라는 제도로 사건을 집중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 : 노동행정 처리 절차의 신속화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자.

권두섭 : 임금체불을 놓고 말하자면 현재는 사용자는 임금을 체불해도 전혀 손해를 안 보는 구조다. 몇 년 뒤 재판해서 지면 그때 주면 되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노동부가 체불임금 확인원을 떼어 주면 노동자가 확인을 받고, 안 주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가서 민사소송을 내는 식인데, 이를 원스톱 시스템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노동법원을 도입해서 절차적 신속성과 전문성을 기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김형동 : 굳이 소송으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노동법원 얘기가 나왔는데 서울에 있는 중앙법원 몇 개 부서는 노동전담이다. 그걸 떼어 내면 결국 노동법원이 된다. 지방과 서울에서 사건 변론을 해보면 결과 차이가 확연하다. 사법절차든 행정절차든 전문성 강화와 집중이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체불임금과 관련해서는 늘 나왔던 얘기지만 선지급하고 뒤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라가 운영하는 기금 중에 가장 안정적인 것이 고용보험기금이다. 목적 사업에 맞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회 : 이른바 공정인사 지침 등 자본 편향적 태도가 노동행정을 적폐로 지목하게 만든 것 같다.

권두섭 : 행정이 아닌 노사 간 자율에 맡겨 둬야 할 사안이 있다. 단체협약이 대표적이다. 노동부는 지도지침이라는 명칭으로 간섭하고 있다. 노사가 자율에 의해 협약을 체결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개별 법적 다툼에 의해 무효화하면 된다. 노동부는 위법은 아닌데 시정하라고 한다. 노동부가 여기에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도 근로기준법대로라면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를 거쳐야 변경이 가능한 것이 원칙 아닌가. 그런데 노동부가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안내를 한다. 그야말로 사용자 편향적인 태도다. 당장 사라져야 할 적폐 중에 적폐라고 본다.

김형동 : 이 정부는 자신들이 얼마나 노조에 악의를 가졌느냐를 양대 지침을 통해 공격적으로 드러냈다. 무능력·무개념을 극단적으로 보여 준 것은 통상임금 사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지엠 사장을 만나 통상임금 민원을 받아안았다. 제 경험으로는 회사가 무너져도 좋으니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겨 임금을 더 받아야겠다고 하는 노조나 노동자는 없었다. 그런데 이 정부는 노사 간의 심리와 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대기업 편들어 주기를 하고 시그널을 줬다. 그 결과 4년 동안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 같은 악의 담긴 노동정책만 나왔다.

"노동 3권, 살아 있는 권리로"

사회 노동부 공무원들은 정책을 경제부처가 세우면 우리는 설거지를 한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하소연한다.

김형동 : 감사원은 직원 숫자는 적지만 굉장히 강한 헌법상 기구다. 덩치가 크다고 그 조직의 위상이 덩달아 커지는 것은 아니다. 청을 하나 더 만든다거나 규모를 확정하는 것 이전에 노동부가 노동기본권 이외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자율에 맡기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노동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 단위의 노사, 공기업, 나아가 노사정이 모여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권두섭 : 노동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독립성을 갖고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는 있는 권한을 잘 행사하면 된다. 지금처럼 근로감독할 때나 대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할 때 경제부처 눈치를 보는 일은 서서히 없어지지 않겠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노동부가 과도한 진정사건 처리로 본연의 역할을 하기 힘들다면 노동부부터 노조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노조가 힘이 세면 임금체불이 그렇게 자주 발생하겠나. 노조 조직률을 단기간에 30~50% 올리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미 있는 산별노조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쓰고, 산별교섭을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조치를 취하면 노동부 위상도 덩달아 강화된다. 차기 정부에 제안한다. 5년간 한시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속수가 원칙을 천명하길 바란다.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고 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각각 명예조합원으로 가입할 것을 권한다.

김형동 : 노동행정이 제 갈 길을 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조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매년 여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면 사회적인 관심사가 된다. 직접 적용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뿐 아니라 그것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그렇다. 슬픈 일이다. 정상적으로 노조가 살아 움직이는 사회라고 한다면, 산별노조에서 정하는 임금이 사회적 관심사가 돼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최저임금이 전체 2천만 노동자 임금의 가이드라인이 됐는지 모르겠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서 지난해에 택시 사용자를 구속시켰다. 1심에서 집행유예가 됐는데, 다시 부정행위를 하더라. 검찰과 법원에 추가 탄원서를 제출해 2심에서 결국 법정구속이 결정됐다. 관할 노동청이 자신들의 성과라며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 많은 부당노동행위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저지른 사용자가 구속되는 것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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