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과 매일노동뉴스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 회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7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에 올랐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현대중공업이 2015년에 이어 또다시 2년 만에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지난 한 해 현대중공업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1명으로, 이 중 7명이 하청노동자다. 현대중공업은 잦은 산재사망으로 수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노동자들의 죽음 행렬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에 6.5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스러져 가는 현실, 2017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현대중 또 ‘살인기업’ 꼽혀=<매일노동뉴스>와 양대 노총·노동건강연대가 참여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17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개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캠페인단은 지난해 산재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현대중공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11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현대중공업은 2015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잦은 산재 사망사고로 2015년 6월 고용노동부 안전실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다. 444건의 위법 사항을 지적받았다. 작업중지 명령만 19건이고 2건의 사용중지와 331건의 시정조치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지만 산재사망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우건설(2위)과 대림산업·포스코(공동 3위), 포스코건설(5위)이 현대중공업의 뒤를 이었다.

산재사망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됐다. 현대중공업 산재사망 노동자 11명 중 7명이 하청노동자다. 1위부터 5위까지 살인기업에서 사망한 39명 중 34명이 하청노동자다. 노동계는 불법·탈법적인 원·하청구조를 산재사망 원인으로 지적한다. 지난해 하청노동자 7명의 죽음을 지켜본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세계 1위 조선소라는 명성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죽음과 피, 땀이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분노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 지회장은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이후 회사는 안전조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며 “솜방망이 처벌로 산재사망을 막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청노동자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바로잡아야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40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원청인 코리아2000은 벌금 2천만원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2012년 울산 앞바다에 침몰해 12명 사망자를 낸 석정36호 사고에서 원청인 한라건설은 벌금 500만원, 한라건설 현장소장은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외국은 어떨까. 호주는 2003년과 2004년, 영국은 2008년에 기업살인법이 제정됐다. 영국은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부여하고,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6억9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캠페인단은 “대한민국 국민인 노동자가 더 이상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지 않도록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 처벌강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고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과 정부 관료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4·28 세계 산재사망 추모의 날을 맞아 산재희생자를 추모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건강한 일터·안전한 사회”를 요구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산재은폐를 없애고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조직적인 책임을 강력하게 묻는 것만이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 참사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산재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산재희생자 추모와 노동건강권 쟁취를 위한 17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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