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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릴레이좌담 ① 노동 3권과 노사관계] "노동권 보장해야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결된다"

[게재 순서]

1. 노동 3권과 노사관계(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3. 비정규직 문제(은수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4. 노동시간단축과 저임금 해소(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정기훈 기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적폐청산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정경유착에서 촉발한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이어졌다. 사회가 병들었는데 절대다수 민중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부문이 이를 피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에게 주관식으로 노동적폐를 선정해 달라고 했다.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노동 3권 실종을 지목했다. 노조 만들기 어려운 제도(1위·단결권), 단체행동권 제약(2위), 단체교섭권 보장 미흡(4위) 순이었다.

산업혁명으로 도래한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을 쟁취·강화하며 자신의 생존권을 지켜 왔다. 힘의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인 노동자 개인으로는 자본가를 상대로 싸울 수 없었기 때문에 모이고, 행동하고, 절충점을 찾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 노사관계가 초기 자본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노조·전교조를 법외노조화했다.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하면 손해배상·가압류 폭탄이 떨어진다. 공격적 직장폐쇄가 비일비재하고 공권력은 노동자 파업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된다. 사용자는 노조에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그다지 처벌받지 않는다. 정부는 '불합리한 단체협약 시정명령'이라는 행정력으로 단체교섭권을 형해화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어도 대화할 사용자가 없다.

대공장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는 사이 총연맹은 "아흔아홉 번 패배할지라도 단 한 번 승리"를 희망하며 버티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노동적폐로 꼽히는 사안 중 노동 3권과 노사관계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매일노동뉴스> 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와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마주 앉았다. 김학태 기자가 사회를 봤다.

"노동영역에서 실현되지 않은 민주화"

사회 : 본지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청산해야 할 노동적폐를 물었더니 노동 3권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헌법에도 보장된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이 실종됐다고 본 듯한데.

김성희 : 헌법적 권리 자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성과가 노동영역에서는 실현되지 않았다.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온전히 실현되지 않고 오히려 노동을 옥죄는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 노동 3권 보장으로 노동에서 실현되지 않은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하는 것 같다. 헌법 권리가 하위법이나 행정부처의 행정해석·지침에 의해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상으로 회복시키려면 법·제도부터 관행과 행정부처 정책까지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서 실타래를 풀 것인지 다음 정부가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배규식 : 노조 만들기가 어렵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는 정부가 노조 아님을 선언해서 단결권을 부인당했다. 98년에 정리해고와 공무원·교사의 노조설립을 맞바꿨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덧붙여 심화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한다.

제도 외에도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는 거의 조직돼 있지 않다. 지금 노조는 기업별노조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산별노조 문호를 개방하고 조직을 개혁했는지 묻고 싶다. 미조직 노동자에게 접근할 다양한 노력은 했는가. 보호받는 노동자만 대변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에 기여한 면이 있다. 사용자도 원·하청 관계를 만들어 이런 현실에 기여했다.

즉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제도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노조가 기존 틀을 깨지 못한 이유도 크다. 지금 상황을 모두 남 탓으로 넘기는 것은 문제를 바르게 보는 시각이 아니다. 제도적으로 개혁할 패키지 정책과 함께 노동운동도 못다 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비정규직·중소기업·미조직·특수고용직의 노동인권과 임금격차 문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 : 노사관계 측면보다는 노동시장 문제 관점으로 해석한 점이 특이하다.

배규식 : 노동시장을 같이 봐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도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노조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노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성희 : 노동 3권이 노사관계 영역이어서 노동시장과 분리해 보는 경향이 있다. 노동 3권 문제는 전체 노동 영역의 기본 토대다. 기본 헌법질서조차도 노동영역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노동유연성을 노동정책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정부 모두 고용유연화에만 관심을 뒀다. 이 같은 적폐가 수십 년 쌓인 탓에 노동 3권 회복이 가장 앞에 설 수밖에 없다.

배규식 : 정황을 보면 전교조 법외노조화 배후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는 듯하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법을 바꾸지 않으면 힘들다는 의견과 정부가 대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둘 다 만만치 않다. 법을 바꾸려면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지금 구도로는 어렵다. 대법원 결정을 외면하고 행정부가 움직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법·제도 개선과제와 행정부 재량 개선과제 구별해야"

김성희 : 법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풀 수 있는 과제와 행정부 재량으로 왜곡된 문제를 바로잡는 일을 구별해서 판단해야 한다. 어떤 순서로 추진할 것인지 새 정부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배규식 : 기존 노조가 갑자기 분발해서 미조직 노동자들이 단결권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노동회의소와 노동자평의회(workers' council) 설치 논의는 의미가 있다. 노동자가 시민권을 얻도록 하기 위해 노동회의소를 설치하거나, 서울시가 했던 노동복지센터를 확대하거나, 지금 노사협의회 제도를 바꿔서 노동자평의회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노동자평의회의 경우 기업 단위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되지만 노조가 없는 곳에서 노동자 목소리를 구현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김성희 : 노조가 만들어져도 노동 3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는 노조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도 짚어야 한다. 산별노조를 추진해 왔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 비정규직·영세사업장 등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 : 노동 3권의 온전한 행사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나.

배규식 : 노동 3권 중 단결권이 가장 중요하다. 모일 수 있어야 다양한 행동이 가능하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특수고용직은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조직이 가능한 상황이다. 공무원노조·전교조를 제외하고는 노조설립신고를 허가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문제는 노조활동을 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는 점이다. 단결권이 제약된 곳은 풀어야 한다. 노조를 만들 수 있는데도 못 만드는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운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 관행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것이냐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노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방안이 있기는 하다. 노동복지센터 등을 만들어서 노동자를 찾아오게 하고, 그들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는 정도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사업체협의회 같은 다양한 근로자대변체계를 법·제도로 확립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비준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 노조를 만들고, 이익대변체를 만들어서 교섭하고 스스로 처우를 개선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정책이 돼야 한다.

김성희 : 헌법이 개정돼도 노동 3권이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보장할 수 있는 하위법과 제도는 정비해야 한다. 노동 3권은 통으로 묶인 권리다.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데도 파업을 제한하는 식의 정부 정책이 존재한다. 단결권을 제한하는 관행도 큰 문제다. 노조 설립이 신고제인데도 허가제로 운영하는 관행이 남아 있다. 특수고용직도 노조로 결성된 직종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노동자가 모이지 않는다. 교섭권이 제한돼 있어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이익을 주기 힘든 탓이다.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 위해 정부 실험적 정책 검토해야"

사회 : 노동계는 특수고용직·간접고용·하청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를 개정해 사용자·노동자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성희 : 노조법이 그렇게 바뀌면 조직 영역이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 노조를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노조로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이 있느냐도 살펴야 한다. 사용자·노동자 개념을 확대해야만 풀리는 영역이 아닌 곳도 있다. 노동 3권을 보장한다는 원칙 아래 행정 개입을 최소화하고, 이후 권리행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배규식 : 검찰은 노무현 정부 당시 사내하청과 불법파견 판단기준을 정립했다. 이제 정부가 재검토해야 한다. 사내에 있느냐, 사외에 있느냐는 절대적 판단기준이 못 된다. 사내하청을 사용하고자 하는 유인을 줄여야 한다. 무작정 막는 것보다는 차별을 줄이고, 독자적 실체를 가지고 운영하는 하청업체는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 개선안이라고 본다. 경기도 안산에서 불법파견이 횡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가 파견 일부를 맡아 임금도 주고, 4대 보험도 보장하고, 노동법을 지켜 주면 무질서를 개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일부 의견이 있다.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 10대 공약에 노사관계 문제 관련 개선책을 적시한 대선후보가 많지 않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정도가 언급을 했다. 홍 후보는 강성노조를 때려잡겠다는 식이다.(웃음) 노동 3권과 관련한 각 후보의 공약을 평가해 달라.

김성희 : 역대 선거 때마다 노동 3권을 말하는 후보는 진보정당 후보뿐이었다. 인기도 없고, 표를 더 얻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해서인지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노동 3권이 안 지켜지고, 왜곡돼 작동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후보와 각 정당의 무지 때문으로 보인다.

배규식 : 씁쓸하기는 하지만 부각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표가 안 된다고 본다. 노조가 노동 3권 문제를 잘못 제기했거나, 사회적으로 노조가 코너에 몰려 있다는 걸 방증한다. 노조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가 드러난 게 아닐까. 노조가 사회와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제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김성희 : 공약집을 보니 노사관계 공약은 거의 빠져 있더라. 노동 3권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후보가 심상정 후보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노동을 존중하지 않거나,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든지 간에 노동은 중요한 사회갈등의 축이다.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적 대화 불참 계속하면 더욱 고립될 것"
"경제정책까지 다룰 수 있도록 위상 강화 필요"


사회 : 차기 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혹은 노사정 대화는 가능할까.

배규식 : 지금처럼 운영해서 민주노총이 들어올까 싶다. 그런데 기존 노사관계나 노동시장 질서를 바꿔야 할 숙제가 있다. 이런 개혁과제는 노동자나 사용자 이해관계에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 못한다. 가령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려 해도 노사정 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과정에 노동계도 참여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계속 고립될 수 있다. 숙제를 해야 하는데 나는 안 할래 하고 빠지면 안 된다. 노사정위뿐만 아니라 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노동계 우려도 이해한다. 정부가 자기 정책 관철을 위해 노사정위를 일시적 수단으로 사용해 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노사정 대화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

김성희 : 노사정위가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노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논의하기 위해 노사정위를 이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친노동적 방향으로 문제를 개혁하려고 3주체가 모이고, 효과적으로 실행시킬 내용을 의제로 삼아야 하는데 여태 그러지 않았다. 노동을 경제정책의 부산물·부수적 존재로 치부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친화적 개혁이 불가능하다.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경제정책 기조를 같이 다룰 수 있도록 의제를 확대해야 한다. 대화기구 위상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노동정책 종합계획을 세우고, 동의를 받아 나가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때그때 정부가 필요한 의제를 던지는 방식으로 운영돼서는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

사회 : 유력 후보가 당선됐을 때 노동기본권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배규식 : 예측하기 쉽지 않다. 옛 새누리당에서 나온 바른정당도 공약을 보면 꽤 좋다. 공약 이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유추할 수는 있다. 지지해 준 지지층의 열망을 새 대통령은 거부할 수 없다. 진보쪽의 지지를 받았는데 그들을 외면하거나, 역으로 보수쪽의 지지를 받고서 입을 싹 닦기는 쉽지 않다.

김성희 :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웬만한 건 다한다고 돼 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정규직 전환, 원청 사용자 개념 확대도 약속했다. 노동의 기존 요구사항을 상당히 반영하려고 노력한 듯하다. 그런데 명료한 언급이 없는 지점이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불안정 노동자와 노동빈곤이 심각해지는 시기는 노무현 정부 때였다. 그 문제에 정면대응하지 않았다. 문 후보도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계층을 겨냥한 정책만 있고 기본 해결과제에 대한 입장은 보이지 않는다. 한 후보는 공백은 적은데 나날이 심각해지는 노동문제를 반전시킬 철학이 있는지 의심되고, 다른 한 후보는 공백이 너무 많다.


글=제정남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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