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 노동자의 쉼터 ‘꿀잠’이 첫 삽을 떴다. 24일 사단법인 ‘꿀잠’ 관계자와 비정규 노동자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4층 규모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운동에 나선 노동자들의 숙박을 해결할 쉼터를 만들자며 시작했던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운동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꿀잠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꿀잠 건물 앞에서 착공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하는 비정규직과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쉴 수 있는 꿀잠 쉼터를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남은 기륭전자 비정규 투쟁 10년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같은해 12월 기륭전자를 비롯한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비정규 노동자의 집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다음 스토리펀딩 기금모금으로 종잣돈을 만들었고, 지난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문정현 신부는 새김판·붓글씨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을 꿀잠에 기부했다.

꿀잠 건립을 응원하는 손길이 사회 여기저기에서 이어졌다.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사진기자들이 모여 매년 만들고 있는 달력의 올해 주제는 '잠'이다. 판매수익금을 꿀잠에 기부했다. <매일노동뉴스>를 비롯해 경향신문·미디어오늘·서울신문·오마이뉴스·프레시안·한국일보 등 10여개 언론사 현직기자 20여명과 문화예술인들은 "창간호이자 종간호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해 지난해 비정규특별잡지 <꿀잠>을 제작했다. 역시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꿀잠이 매입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소재 4층짜리 건물은 3개월간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노동자 쉼터로 바뀐다. 공사의 대부분은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건축가, 건설사 대표, 건설학과 대학생, 기술 노동자, 연대 노동자, 예술가가 공사에 힘을 보탠다. 현장을 찾아 소매를 걷어붙일 이들만 200~300명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입자가 있는 2개 층을 제외하고 3개 층이 노동자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건물지하에는 전시·공연·교육 등 다목적공간이 들어선다. 식당과 주방·빨래방 등도 만든다. 공사가 끝나는 7월께부터 쉼터 사용이 가능하다. 꿀잠 홈페이지나 전화 등으로 공간 사용 신청을 받는다. 투쟁노동자의 쉼터 사용은 무료다.

리모델링 비용과 시설운영비용 마련은 후원과 재능기부로 마련할 계획이다. 조현철 꿀잠 이사장(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신부)은 "싸우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고, 힘이 돼 주고, 그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근거지·산실을 꾸미는 이 일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