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절박하고 어려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밖에 없다. 노동자의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정책을 가진 문 후보를 선택해 달라.”

한국노총이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 마감을 앞두고 있다. 노동자 손으로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을 뽑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직 산별위원장이면서 선대위 노동위원장으로 노동현장을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이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지부 사무실에서 이수진(48·사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금감원지부를 찾았다. 그는 한국노총 의료산업노련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 문재인 후보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2011년 12월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 대선에서 연세의료원노조 위원장으로서 한국노총 대선 지침에 따라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조직하고 병원노동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 그때 선거 캠프에서 대외협력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문 후보를 처음 만났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투쟁하던 대한문 앞을 문 후보와 방문했던 때가 떠오른다. 문 후보가 해고자들의 손을 잡고 안쓰러워하며 챙겨 주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쌍용차 해고자들 손잡고 챙기려는 모습 인상적”

한국노총은 당시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을 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이 2012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목표로 시민통합당·한국노총과 통합해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이때 당에 처음으로 전국노동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옛 민주당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노동이 이름을 얻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서 노동자를 위해 인권변호사로 애쓰고 산별노조에 대해 성실히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노동운동 선배들에게 들었다. 노동자와 함께한 흙수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다르지 않을까.”

- 이번에 다시 대선 캠프에 합류했는데.

“2012년부터 정당활동을 했다. 그동안 당원 모집을 위해 이용득 의원과 함께 전국 노동현장을 돌았다. 노동자에게 정치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권위적이고 불공평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노조 조직률 10%로 버틴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어느 미래학자가 앞으로 20년 안에 노조가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허튼 소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노조활동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정권교체가 시급한 이유다.

당도 바뀌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더욱 노동친화적이 되도록 많은 노동자가 정치인으로서 이 안에서 터를 닦아야 한다. 한국노총과의 통합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노조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가족·동료·노동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현직 산별위원장으로서 정당활동을 하는 까닭이다. 한편으로는 노동자도 정치활동을 통해 어려운 노동현실을 바꿔 내야 한다. 노조 활동가들이 중앙과 지역에서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노동적폐 시급히 바로잡을 후보는 문재인뿐”

- 문재인 후보가 가장 잘 준비됐다고 생각하나.

“문 후보에게 유의미한 조언과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세력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저임금 1만원·노동회의소·노동이사제 등 노동공약은 노조활동을 잘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금 노동현장은 급하다. 노동 4법과 성과연봉제 지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적폐세력을 청산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성과연봉제 지침을 6월 안에 중단시키지 못하면 9월에 시행되는 상황에 놓인 노동자가 많다. 이런 절박한 노동자 사정을 아는 후보가 누구인가. 문 후보밖에 없다. 노동자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정책을 가진 문 후보가 노조 입장에서는 가장 경쟁력이 있다.”

- 노동부문 최대 적폐는 무엇인가.

“비정규직 문제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는 주범이다. 노동자끼리 싸우게 만들고 갈등을 조장한다. 재벌과 CEO는 노동자 임금의 수백 배를 가져가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을 귀족노동자로 몰아 문제를 키운다.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차별뿐만 아니라 구의역 사고처럼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하지만 노조 조직화가 쉽지 않다. 스스로 조직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려면 이를 위한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

- 문 후보 공약 중 내세우고 싶은 것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있지만 저질의 일자리를 정규직화하는 내용도 있다. 더불어 고용안정화를 위한 상당한 노력이 공약에 포함돼 있다. 23일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진주의료원을 노동자들이 일 안 해서 폐쇄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오늘 오전에 병원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기막히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병원은 3D업종이다. 지방의료원은 더욱 열악하다. 이런 환경에서도 지역 환자를 위해 애쓰는 노동자들이 일을 안 한다니. 지금 환자들이 서울로, 서울로 올라가는 이유는 대형병원을 선호해서다. 진주의료원 노동자들이 논다고 할 게 아니라 더 많은 투자로 수준 높은 의료진과 장비를 확보해서 지역 환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고령화사회 대비하는 문재인 일자리 공약"

이수진 위원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필요할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 공약을 통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육아와 간병 등 더 많은 돌봄노동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4대강이나 토목사업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일시적이지만 복지 확충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일자리는 지속가능하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시장도 비슷하다. 주 40시간을 지키고 일주일이 7일임을 인정하면 어마어마한 일자리가 생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동료와 협업하는 직장문화를 만들 수 있다.”

- 문 후보의 약점 중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번에는 뭐가 다른가.

“참여정부 시절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지를 가지고 이를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노동을 가장 잘 아는 노동계 출신이 정부에 참여해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문제로 얼마나 많은 부작용과 고통을 겪었나. 국민적 합의를 거쳐 로드맵을 만들자.”

- 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진통을 앓았다. 현재 어떻게 정비됐나.

“당 선대위를 구성할 때 당 골간조직인 전국노동위와 문 후보 경선캠프에서 활동한 다양한 노동조직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4명의 상임공동위원장, 4명의 공동위원장, 1명의 집행위원장으로 구성을 마쳤다. 현재 10명이 상임부위원장 임명을 앞두고 있고, 부위원장단과 특보단·노동위원을 조직하고 있다. 10명의 실무지원자들이 활동 중이다. 상임공동위원장들은 본인의 조직 대표성을 가지고 뛰고 있다. 서로 일정을 조율하면서 중복되면 피하고 동행이 필요하면 함께한다. 노동현장이 지켜보고 있기에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손잡고 함께하고 있다. 노조 활동가와 조합원들에게 문 후보 당선을 위해 노동위에 함께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

“노동자 위한 정권교체의 길에 함께해 달라”

- 전국 노동현장을 찾아다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다. 민주노총 사업장에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는 ‘대세가 문재인이니 끝까지 선전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청이나 전북, 광주는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 몇 주 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하더라.”

- 한국노총 지지후보 결정을 위한 조합원 총투표가 25일 마감된다.

“총연맹에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 연맹과 단사가 최대한 협조해서 투표에 적극 참여해 달라. 총투표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서로 협조해서 노동자를 위한 정권교체의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자.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총투표와 5·9 대선 투표를 통해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촛불혁명을 완수하자. 대선 이후 공약을 이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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