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0.19 목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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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획-노동적폐 청산, 대선후보 공약 돋보기 ①] 표만 노린 노동공약, 뒤로 밀린 노동 3권전문가들 “노동 철학·의지 의심스럽다”

<매일노동뉴스>는 최근 전문가 82명에게 노동적폐가 무엇인지 물어 그 결과를 공개했다. 다수가 '노동기본권 실종'을 지목했다. 비정규직 문제와 사용자 편향적 노동행정, 저임금 노동시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노동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문가들이 뽑은 노동적폐 청산과 관련해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냈는지 들여다봤다. 전문적인 검증을 위해 분야별로 전문가 좌담회를 곁들였다. 4회에 걸쳐 노동적폐 청산 공약과 좌담회 기사를 게재한다.<편집자>


[게재 순서]

1. 노동 3권과 노사관계
2. 고용노동부 및 노동행정 개혁
3. 비정규직 문제
4. 노동시간단축과 저임금 해소

   
▲ 택배연대노조가 이달 6일 CJ대한통운 앞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해고를 각오하고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자료사진


<매일노동뉴스>가 노동문제 전문가 8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노동적폐 관련 설문조사에서 1·2·4위에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 실종이 꼽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의 배경에 노동기본권 실종 또는 뿌리 깊은 노동배제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시에 19대 대선에서 노동 3권 보장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공약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24일까지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노동공약을 보면 실종된 노동기본권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10대 공약, 심상정 후보만 “노동기본권 보장”

원내 5당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 3권을 제약하는 적폐제도 개선방안을 대부분 반영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관련 공약을 내놓은 후보다.

헌법에 노동가치 존중을 명문화하는 것부터 △교사·교수·공무원·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원청 사용자성 인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 설립신고 반려금지를 공약에 넣었다. 산별교섭 의무화와 단체협약 효력 확장 같은 단체교섭권 보장 방안도 담았다. 파업을 무력화하는 각종 조치를 시정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손해배상·가압류와 파업 관련 업무방해 혐의 적용, 직장폐쇄와 대체인력 투입을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후보들의 10대 공약에는 노동기본권이나 노사관계와 관련한 공약이 거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공약에 “사회적 약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인권 및 직업윤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대목이 유일하다.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임금·산업안전을 포함한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겨냥한 공약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노동기본권 보장은커녕 “강성 귀족노조와 고용세습 등 불합리한 노동관행이나 편향된 이념의 노조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노총이 보낸 정책질의에서 각 항목마다 비교적 자세하게 계획이나 의견을 밝혔던 것과 대조된다.

   
 

“노조? 표 떨어지는 소리”
여전한 보수정당들


후보들은 선관위에 10대 공약을 제출한 후 추가 공약을 공개했거나 발표할 예정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일 발표한 ‘안심 일터, 국민희망 일터 만들기’ 공약에 △특수고용직 권리보장 △손배·가압류 제도개선 △노조 가입배제 범위의 타당성 재검토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추진 △법령과 상충되는 위법한 행정지침 전수 검토 및 수정 폐기를 추가했다.

문재인 후보는 조만간 나올 전체 공약집에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공약을 세세하게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립해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 가입률과 단협적용률 제고, 비정규직·실직자·구직자 노동기본권 보장, 산별교섭 촉진, 노사 자치주의를 훼손하는 각종 행정지침 폐기를 공약할 예정이다. 중소·영세·미조직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 추진’도 공약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장에 나온 촛불시민들의 바람이 '적폐청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선후보들과 각 정당의 노동권 관련 인식은 매우 미흡하다. 다수 전문가들이 노동권 실종을 시급히 청산할 노동적폐로 꼽은 것은 다른 이슈보다 중요해서라기보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심각하기 때문일 터다. 노동권 관련 공약이 10대 공약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노동문제 해결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본지 사무실에서 ‘노동적폐 해소와 차기 정부 노동정책’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진보정당을 제외하고는 노동에 대한 이해가 표피적임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약 속에 개별 의제에 대한 답변은 있지만 전체 노동권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며 “정치권이 노동을 다루는 시각에 구체성이 없고, 표를 얻는 수단 이외의 고민은 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 함께한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선후보들은 노동기본권을 공약하는 것이 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 같다”며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씁쓸한 결과인데, 이제 노조도 일반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 계산 불가피하다면 철학이라도 있어야”

공약 순위나 공약 포함 여부가 노동정책 향방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권의 노동인식 혹은 의지다.

유력 후보들을 보자. 문재인 후보는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나 노동기본권 보장 등 낼 수 있는 노동공약은 웬만큼 발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 줄 철학이 있는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노동유연화와 노동기본권을 맞바꾸는 정책이 본격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공무원의 노동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늘어난 비정규직은 노조조차 만들기 어렵게 됐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로 전락했다.

안철수 후보 공약은 애매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직과 관련해 “권리를 보장하겠다”면서도 '노동 3권 보장'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나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제도와 절차를 만들겠다”는 식이다.

국민의당은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지만 과거 안 후보가 안랩 CEO 시절에 “노조가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라고 말한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성희 교수는 “유력한 두 후보 중 한 후보는 과거 정부의 문제인식을 뛰어넘는 고민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한 후보는 노동에 대한 공백이 너무 많다”고 평가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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