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한반도에 핵전쟁의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까 이전에 이 명제가 참인가 거짓인가 하는 것부터가 커다란 쟁점이다. 지금까지 자유·진보주의 세력은 일반적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안보이데올로기 공세를 위한 보수·구세력의 과대선전 정도로 간주해 왔다.

반면 보수·수구세력은 한반도 전쟁과 관련한 위기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안보를 책임지려고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정치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나아가 인위적으로 안보위기를 조성해 그 위기를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이용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인 2010년 겨울 연평도 사격훈련과 북한측의 대응 포격사건의 경우가 실제로 그랬다. 김영삼 정권 당시에는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인 권영해 안기부장이 선거에 이용하고자 존재하지 않는 전쟁위기를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북한과 내통해 북풍공작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전쟁위기에 대한 자유·진보세력의 상투적 인식처럼 한반도 전쟁위기는 수구·보수세력의 불순한 기도나 과대선전에 불과한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전쟁위기 상황은 단순히 국내 보수·수구세력의 선거용 과대선전이라고 평가절하하기 어렵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의 하나다.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아직은 실제 행동으로 물리적 충돌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로는 물리적 충돌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선제핵공격을 선언하고 있다. 이 역시 전쟁위기를 허구로 보기 어려운 유력한 증거다.

이런 말로써 하는 전쟁은 단순히 상대편을 압박하는 수단일 수 있다. 협상을 둘러싼 밀당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한반도 핵전쟁 위기가 실재한다면 자유주의·진보세력의 관성적인 인식과 실천은 큰 과오가 된다. 그러므로 정신을 차리고 요즈음 진행되는 각 나라, 각 세력의 움직임을 꼼꼼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의 견해가 우리의 주목을 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5일 문재인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핵전쟁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문 후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강행하면 북한은 (미국이 아닌/ 역자 첨가) 한국에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필자 첨가) 선제타격을 하려면 먼저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런 인터뷰 내용은 대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보수·수구세력의 안보이데올로기 공세를 차단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을 너무 크게 보고 불안해하면서 보수·수구세력에 이용되지 말라는 것, 보수·수구세력이 집권하면 모르지만 자신이 집권하면 미국측에서 전쟁 움직임이 있더라도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상태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선제핵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에 덧붙여 “북한 정권 자체가 국제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북한이 핵 도발을 지속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이 인터뷰와 관련해 “오프라인으로 잡지가 발행되면 서방 언론이 문 후보의 대북 해법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거나,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후보는 문 후보라는 사실을 <타임>지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이 해당 인터뷰는 전쟁위기에 대한 진지한 인식과 전략이 아니라 선거전략용 발언이었다.

엄중한 핵전쟁 위기에 이런 식의 ‘정치적’ 발언과 태도는 마땅히 시정돼야 한다. 한 번 돌아보기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 동향] <연합뉴스> “트럼프 ‘북과의 핵전쟁 가능성 늘 걱정해야’”, <이투데이뉴스> “미 펜스 부통령 ‘전략적 인내의 시대 끝났다’ 대북 압박 발언” “칼빈슨호 조만간 한반도 도착할 것”, <연합뉴스> “주한미군 6월께 국내거주 가족·민간인 해외 대피 훈련”

[중국 동향] <환추바오> “美 대북 군사공격 강행하면 中 군사개입 할 것”, 중화권 매체 <보쉰> “中 특수부대, 전쟁나면 北 핵시설 무력 점거” “중공군 특수부대 이미 훈련 중”, <MBC> “中 이지스함 서해 급파 … 한반도 ‘핵전쟁’ 대비 훈련”

[북한 동향] “北, ‘美 허세에 놀라지 않는다 …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식의 핵 타격전으로 응수”, “건드리면 조국통일대전 개시”, 北 매체 中 겨냥해 “경제제재 시 우리 관계 파국적 후과 각오해야”

얼마 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쿠바연대회의’에 참석한 북한대표단은 분과토의에서 이와 같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폭로해 중국대표단과 달리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전쟁위기는 북한의 핵·미사일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지배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평화는 미군과의 공존이 아니라 미군이 이곳을 떠나야 실현될 수 있다. 그래야 이 지역에 평화·안정과 번영이 온다. 득표를 구실로 이러한 엄연한 진실을 감추고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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