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건설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공갈·협박으로 처벌하는 신종 공안탄압을 근절하려면 노동법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노동관계법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무지 때문에 건설노조의 적법한 집단적 실력행사가 범법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건설현장 노조탄압 무지에서 비롯된 일"

최은실 공인노무사(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설노조 활동에 대한 형법상 처벌 남용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20여년 가까이 논의만 반복하고 있는 노동법원 설립을 다시 제안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탄압 저지 민주노총 건설-플랜트노조탄압 대책위원회'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최 노무사는 "법원과 검찰의 계속된 노동자 죽이기와 노동조합 범죄화에는 노동관계법에 대한 무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며 "노동법 위상 강화를 위해, 노동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동관계법에 전문성을 가진 노동법원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채용 요구가 자유로운 고용질서 위협?

실제 2015년 11월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고소·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위원장과 지부장 15명이 검찰에 기소됐다. 이 중 5명이 구속됐다.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은 기소된 15명 전원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공동강요·공동협박 등 범죄를 인정했다. 위원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조합원 채용요구를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봤다. 채용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건설현장 특성상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과 일반법원은 이 같은 채용 요구를 "사용자의 근로자 채용기회를 박탈하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고용질서를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본다. 노동계가 노동관계법에 전문성을 갖춘 노동법원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다.

"형법상 처벌은 노조 권리 본질적 침해"

영국 사례를 설명한 심재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 집단적 실력 행사 등의 위협을 가하는 것을 영국에서는 '노동분쟁 숙고행위'로 본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1875년 '공모죄 및 재산 보호법'을 제정해 노동분쟁을 숙고하거나 진척시키는 행위에 대한 형벌권 행사를 금지했다. 심 교수는 "이런 행위를 공갈·협박으로 처벌하는 것은 노조의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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