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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노동자들 잇단 고공농성 원인은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현대자동차 사내하청·콜트콜텍·동양시멘트·하이텍알씨디코리아·아사히글라스·세종호텔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광고탑에 올랐다.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오르던 곳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적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며 절규한다. 밥까지 굶어 가며 배수진을 치고 말이다. 울산에서도 현대미포조선 하청업체 폐업으로 쫓겨난 두 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촛불이 만든 대선이 눈앞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외침이 권력을 잡기 위해 내달리는 대선후보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 싸우면 쟁취할 수 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장

   
▲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사내하청지회장

우리는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으로 노조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에서 만들어졌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이라 기대했던 노무현 정권은 오히려 이를 확대시켰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노동자의 삶은 파탄 나고 있다.

촛불시민들이 만든 대선을 통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는 이들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만든 주역이다. 그런데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선에서 노동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마음에 투쟁을 시작했다.

고공농성 중인 6명은 정리해고와 노조파괴, 비정규직 당사자들이다. 어떤 이들은 20년이나 이어진 비정규직·정리해고가 없어질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없앨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예전에는 없던 제도였다. 정리해고·비정규직이 없어도 우리사회는 큰 탈 없이 돌아가지 않았나. 운동진영 내에도 철폐는 과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자신감을 가지자. 박근혜를 구속시킨 2017년이 절호의 기회다.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요구를 하고 투쟁하자.

농성자들은 지금 사회에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운동진영을 향해서도 싸우자고 호소하고 있다. 물과 소금만 먹으며 절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


노동권 박탈된 노동자들 고공농성 각별한 관심 필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하늘집에 오른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정리해고 사업장 소속이거나 부당노동행위로 고통을 겪었던 이들이다. 법적으로 정규직화가 확정된 동양시멘트 노동자까지 있다. 비상식적인 이유로 노동권이 박탈된 노동자들이 올라간 것이다. 이들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조기 대선 국면에서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고공농성에 대해 어떤 대통령후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찾아오지도 않았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도 너무 무심하다. 촛불민심은 적폐청산을 얘기했다. 핵심은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고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비정규직들이 하늘집에 오른 것이다. 울산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선후보들이 자기 공약과 연동해서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촛불대선에 반하는 일이다. 대선 국면에서 노동은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다.

고공농성자들이 무탈하게 내려올 수 있도록 대선후보, 노동계, 시민·사회가 지지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노동자들은 지금 효소도 없이 단식을 하고 있다.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태다. 물리적으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다.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하늘집에 오른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 국면에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청노동자는 노조하면 안 되나?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구조조정이 2년이 넘도록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대량해고에 동료와 가족들의 절망이 깊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사실상 정리해고로 2만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앞으로 1만명이 더 해고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쫓겨나지 않고 일하는 하청노동자도 힘겹다. 기본급과 수당을 삭감하고, 잔업과 특근이 없어 임금이 반토막 난 지 6개월이다.

하청노동자에게 노조는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다. 노조를 하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사내하청업체 이전과 취업이 원천 차단당한다. 고공농성 중인 2명도 하청업체 폐업 뒤 재취업이 되지 않았다. 모두 노조간부들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지회 주요 간부 80%가량이 업체 폐업을 이유로 해고됐다. 구조조정과 물량감소를 핑계로 고용승계에서 배제당하고, 블랙리스트에 걸려 새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노조를 하면 안 되는 것인가.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해 착취당하다가 그냥 버려져도 되는 존재인가. 노동자들은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노조를 만든다. 하청노동자도 노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동지는 노조를 지키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구조조정을 막아 보고자 하늘을 지붕 삼았다.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쥐어짜 투쟁하고 있다.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비정규직 철폐,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전면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해 달라.


정부가 노동관계 발전전망 제시하지 못한 탓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노동쟁의 장기화는 어느덧 한국 노사관계를 특징짓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화된 노동쟁의는 노사 모두에게 물질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상처를 남긴다.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 사이에 돌이키지 못할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일부 사용자는 배신감과 모욕감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노동쟁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이를 주도했던 활동적인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신체의 구속과 손해배상 청구, 폭력적 충돌로 인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미래까지도 저당 잡힌다. 노사관계가 안정화돼 있다면 아마도 기업의 유능한 인재로 활동했을 이들이다.

노동쟁의 장기화를 야기하는 사회적인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확실성과 노사관계의 긴장을 조정하는 규범에 대한 불신이다. 불확실성과 불신은 공동의 문제에 부닥친 노사 행위자들이 장기적인 시야에서 타협을 모색하기보다는, 단기적이고 비타협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조성한다.

지난 10년간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악화돼 온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국민국가의 구조적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노동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인 발전전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노동관계를 억누르거나, 아예 어떤 정책적 방향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정치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통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동관계에 대한 정책적 비전을 누가 명확히 제시하는지, 그러한 비전을 뒷받침하는 행동계획은 얼마나 구체적인지, 이번 선거를 통해 형성되는 공론장에서 치열하게 살펴볼 일이다.


사람에 값 매기기, 정의와 평화의 가치 훼손
강은숙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총무

   
▲ 강은숙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총무

대선을 앞두고 비정규 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랐다. 차기 정부 차원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정규직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의 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비정규직 채용을 줄여야 한다.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도 대기업이라면 비정규직이라도 선호하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고용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훼손하고, 사람에게 값을 매기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러 후보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질의를 통해 답변을 받아내고 매니페스토 운동을 할 계획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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