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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 광화문광장으로 오라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남신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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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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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또 하늘집이다. 다시 노동자들이 지상에서 추방당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고공 한편에 몸을 의탁한 노동자들은 자본이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는 노동배제 신자유주의 체제의 물증처럼 보인다. 비정규직 양산과 정리해고 남발. 1997~1998년 외환위기가 20여년에 걸쳐 고착화시킨 양극화 사회의 핵심 요인이 된 대표적인 노동정책이다. 정치가와 관료·자본가가 합작한 노동자 고통전담 강요 노동정책이 정작 보호해야 할 노동자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자본의 이윤 사냥터에서 몰이꾼들에게 겁박당하고 상처 입은 피해자들로 전락했다. 촛불시민혁명이 만든 조기 대선을 앞두고 그 피해자들이 울산과 광화문에서 그예 하늘집으로 올라갔다.

고공에 오른 울산의 두 노동자와 광화문의 여섯 노동자는 2천만 노동자들의 피폐하고 고단한 삶의 현실을 가감 없이 대변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현대자동차 사내하청·콜트콜텍·동양시멘트·하이테크알씨디코리아·아사히글라스·세종호텔.

노동계에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악질 노동탄압 기업들이지만 자본의 아성인 지상에서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존재조차 희미하다. 목 놓아 외쳐도 주류 언론은 외면하기 십상이다. 주목받지도 못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묻히기만 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오롯이 알릴 곳으로 지상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건 비극이다. 비장해 보이는 고공농성은 그래서 서글프다. 생존권 보장과 준법적 수준의 요구를 가지고 자신의 온몸을 던져야 하니 이 나라는 여전히 노동자들에겐 한겨울 동토다. 하여 고공농성은 깃발이다. 고공농성은 확성기다. 고공농성은 비상구다. 저 좁은 공중의 칩거 공간이 숨통을 트이게 하는 산소호흡기다. 그리하여 2017년 5월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노동자들에게 유일한 정치적 해방구는 고공농성장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탄핵 파면과 구속을 강제한 촛불시민혁명은 위대했다. 식민과 분단, 독재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서 인민주권이 자리 잡는 결정적인 분기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아직 노동자 민중의 힘겨운 현실은 불변이다. 희망 섞인 전망이 어느 때보다 장밋빛으로 환하지만 착시다. 촛불민심을 반영한 조기 대선이 될지도 미지수다. 솔직히 비관적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우경화하는 유력 대선주자들의 노동공약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1천700만명이 운집한 촛불의 열망으로도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을 바꾸는 건 요원해 보인다.

이게 사는 것인가. 편의점에서 일하다 봉투값 20원 때문에 살해당하고 케이블방송 신입 조연출로 노동착취가 일상화된 제작환경 아래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청년노동자들. 노조가 헌법상 노동기본권의 파수꾼은커녕 공격 대상이 된 지도 오래다. 쌍용자동차, 현대·기아차, 삼성전자서비스, 유성기업, 이지테크(포스코 사내하청), 하이디스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들이 희생당했다. 악질 사용주의 극단적인 노조 탄압으로 갑을오토텍 조합원이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 가는 각박하고 참담한 현실은 이윤지상주의 자본왕국에서 여전히 공고하다.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이 구속됐지만 자본의 위세는 아직도 거칠 것 없다. 어쩌겠는가. 자본에 직접 맞선 노동자들의 항쟁이, 비정규직과 청년과 여성들의 궐기가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87년 6월 시민항쟁을 뒷받침한 것은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대거 결성된 노동조합의 힘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계급인 노동자들이 취약하게나마 시민권을 얻었고 민주노총 결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지 못한 채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은 총자본과 권력의 위세에 기 눌리고 포섭됐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천민자본주의 체제가 가속화됐다. 이제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전방위적인 사회복지와 기업복지 차별에 시달리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문제를 두고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22일 가려진 노동자들, 숨겨진 노동자들이 대행진을 벌인다. 자동차와 철강을 만들고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대학로에서, 중고령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종각에서 각각 출발한다. 여섯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에서 합류해 죽고 다치고 잘리고 차별받는 1천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가 담긴 한판 어울림마당을 펼친다. 2017년 촛불시민혁명을 이어받아 자본주의 세상을 최소한 노동존중 사회로 바꾸기 위해선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서 하루 종일 땀흘려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사회적-정치적 진출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이것 말고 공생을 향한 탈출구가 어디 있는가.

22일 대학로와 종각에서 출발해 권력자를 응징한 촛불시민혁명의 현장 광화문광장으로 오라. 고공농성 노동자들이 내려올 오작교 한 칸이 되고픈 이들은 오라. 노동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이들은 오라.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넘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이들은 오라. 평등세상을 상식으로 여기는 이들은 누구든 오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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