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세계적으로 연간 10만7천명 이상의 노동자가 직업성 석면노출에 의한 석면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2010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는 가히 충격적이다. 다행히 한국은 2007년부터 석면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2016년에 모든 석면 함유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용했던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존에 사용했던 석면이 완전히 해체·제거되기까지 석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93년 한국에서 최초로 인정된 직업성암은 ‘악성중피종’으로, 18년간 석면방직공장에서 근무한 55세 여성노동자가 피해자다. 그로부터 2014년까지 250여명의 노동자가 석면질환으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그중 확인된 사망자수만 136명이다. 10~40년의 잠복기를 가지는 석면질환이지만 불행히도 피해노동자 연령은 30~49세가 20%나 된다. 60세 미만도 60%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노동자가 석면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질환자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지역별로 부산(25.9%)·경남(21.7%)에서 피해자가 많은 데 반해 석면탄광이 밀집해 있는 충청도의 경우 2.7%만이 석면 피해노동자로 인정됐다. 퇴직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통계다.

2007년 석면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부산지역에서 석면 피해노동자들이 ‘피해자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에서 만난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은 지금도 다른 공간, 다른 직업성질환으로 되풀이된다. 피해자들은 반복적으로 고통스러운 역사를 쓰고 있다.

“석면이 사람 몸에 들어와서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 회사는 전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1995년 폐질환으로 사망한 아내가 석면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을 13년이 지난 오늘에야 알게 됐습니다.”

“병원에서 결핵으로 진단받고 전염될까 전전긍긍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도 못했는데, 최근에 결핵이 아니라 석면질환(석면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몸은 아프지만,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석면피해는 석면을 취급한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석면 사용회사나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 인근,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그렇기에 한국의 석면 보상제도는 직업성 노출로 석면질환이 발생한 노동자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환경성 석면노출로 석면질환이 생긴 지역주민에게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적용한다.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이후 2017년 3월까지 2천436명이 환경성 석면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그중 사망한 피해자는 645명이다. 현재까지 질환자는 1천791명으로 환경성 석면피해자는 매년 증가 중이다. 과거 석면에 무지했던 국가의 무책임한 경제발전 정책과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무분별한 석면사용이 결국 거주하는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것이다. 이러한 석면피해자들의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핵심 대책은 석면노출 예방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석면노출 문제-석면이 함유된 학교건축물 석면 해체공사 과정에서 석면오염 문제,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며 지속되고 있는 전국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한 석면노출 문제, 자연광산 문제 등-를 목도할 때마다 두렵다. 더 이상 비상적인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점점 심해지는 석면질환에 대한 두려움,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앞으로 우리들과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미래의 모습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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