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표방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4일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당원으로 맞으며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심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고 두 차례 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철도노조 위원장을 할 때 철도 공공성과 성과연봉제 철회를 위한 74일간의 최장기 철도파업을 이끌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김영훈(49·사진)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양강 구도 압박 속 진보정당에 도움 되고파”

- 정의당 입당은 누가 요청했나.

“심상정 후보가 직접 전화해서 제안했다. 사실 처음에는 결정하지 못했다. 당시 문재인 대세론이 압도하고 있었고 정의당은 숙명과도 같은 사표심리에서 해방공간이 열리던 때였기에 내가 나서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각 당 예비경선이 끝난 뒤 급격히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정의당이 직격탄을 맞았다. 진보정당이 어려운 시기라고 판단했다. 이런 구도에서 진보정당 후보는 사퇴해도 욕먹고 완주해도 욕먹는다. 또다시 ‘역적 프레임’에 갇히는 게 아닌가 위기감이 들었다.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정의당을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입당을 결정하기 전에 2020년까지 노조 조직률 20%를 만들겠다는 ‘2020 프로젝트’를 심 후보에게 제안했다.

“심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 내 삶이 바뀌는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들 하지만 노동소외는 심각하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꾸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우리 삶을 바꾸지 못한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일까. 노조 조직률이라고 생각했다. 심 후보는 임기 중에 노조 조직률을 30%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가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선 이후에도 2020 프로젝트를 같이하자고 화답했다.”

-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과 인연이 없었는데.

“통합진보당 사태로 탈당한 뒤 당적을 갖지 않았다. 어떤 진보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박근혜 정권하에서 철도노조 위원장을 하면서 민주노조를 지키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봤다.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여러 진보정당이 존립하는 상황에서 한 정당에 가입하는 게 통합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이 많았다.

정의당에 입당할 때도 혹여나 통합의 불씨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하지만 뭐라도(원내 진보정당) 남아 있어야지 통합이 가능하지 않겠나. ‘여기가 로도스니 여기서 뛰어라’는 우화가 있다. 움직이지 않는 관망자가 되지 않기로 했다.”

주 68시간 행정지침 폐기, 1호 행정명령 돼야

이솝우화 이야기다. 한 거짓말쟁이 운동선수가 자신이 로도스섬에서 열린 멀리뛰기 경기에서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고 떠벌렸다. 곁에서 듣던 친구가 “여기가 로도스니 여기에서 뛰어 보라”로 했다. 오늘의 경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내일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 문제를 풀어 보자는 뜻이다.


- 심상정 후보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을 꼽아 달라.

“노동시간단축 공약이다.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운동의 역사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노조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장시간 노동에 고착돼 있다. 산업재해와 과로사, 자살률이 늘어난다.

모든 대선후보들이 노동시간단축을 말하지만 촛불혁명에 제대로 화답하면서 실노동시간을 줄이는 노동시간단축 공약을 낸 사람은 심 후보뿐이다.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은 고용노동부의 어처구니없는 주 68시간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심 후보는 지난 18일 2018년부터 연장근로 포함 주 52시간을 전면 시행하고 2022년부터 주 35시간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노동시간단축 공약을 내놓았다. 주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하게 한 노동부 행정지침을 즉각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삶을 바꾸는 2020 프로젝트 될 것

- 2020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인가.

▲ <정기훈 기자>

“유권자가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할 때 내 한 표의 가치를 묻는다. 정의당 대선 슬로건이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다. 우리의 한 표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진보정당의 철학과 비전을 담아 제시한 것이 2020 프로젝트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과 자본의 불평등이다. 노동자는 헌법 33조의 노동과 노조할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다. 이런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아무리 많이 만든다 한들 소용이 없다. 그러자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패러다임에서 '노동이 행복한 나라'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주술이다. 우리의 천부적 권리가 잊혀

버렸다. 노조 조직률은 평등지수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내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심 후보는 임기 중에 노조 조직률 30%를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2020년 노조 조직률 20% 달성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운동과 함께 ‘우리 모두는 노동자다’ 캠페인을 대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우리 국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사실은 잘 알면서도 ILO에 가입했는지, ILO 핵심협약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른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다. 한EU FTA를 맺을 때도 약속하지 않았나. 차기 정권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가 26년간 비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힘으로 강제해야 한다.”

노동현장은 적폐청산 정권교체 원한다

- 2020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나.

“요새 4차 산업혁명을 많이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만나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다. 특수고용직은 디지털·플랫폼화돼 있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4차 산업혁명 대책은 허구다. 이들이 노동자라는 것을 일깨워야 한다. ‘특수고용직 없는 한 달 살아 보기’는 어떤가. 매일 만나는 학습지·배달·택배노동자 같은 특수고용직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 전 LG유플러스 현장실습생이 사망했다. 현장실습생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알바생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을 위한 노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정의당과 2020팀은 커리큘럼과 강사단을 구성하고, 진보교육감과 MOU를 체결해 실질적인 노동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 이번 대선에 대한 노동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노동현장은 적폐청산을 통한 정권교체를 원한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만큼 진보정당과 노동정치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내가 보는 노동현장의 요구는 명확하다. 지금의 대선을 만들어 낸 촛불의 염원을 누가 가장 잘 대변하는가다. 답은 심상정 후보다.”

- 정의당이 전직 민주노동당 대표·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고문단·후원회와 노동선대본, 김영훈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노동 드림팀’을 구성했다. 선거운동 계획은.

“고문단과 노동선대본, 저는 각각의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장 조직노동자를 직접 만나고 뛰는 역할은 노동선대본이 담당한다. 저는 2020 프로젝트 연장선에서 청년·알바노동자 등 노동 밖에 있는 노동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선거운동을 하겠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노동자임을 확인하면서 노동자가 노동자정당에 투표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마크롱은 되는데 왜 심상정은 안 되나

-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심상정 후보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 좌파후보인) 멜랑숑과 마크롱은 되는데 왜 심상정은 안 되는가. 지금 진정한 대한민국 개혁을 위해서는 문재인과 심상정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프랑스와 우리가 다른 것은 선거제도에 원인이 있다. 대통령 결선투표를 하지 못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후보에게 ‘진심투표’를 하지 못한다. 이런 제도를 해결하면 보수 60년의 아성이 허물어지고 나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는다. 사표를 걱정하는 노동자에게 말하고 싶다. 여기가 로도스다, 함께 뛰어 보자. 심상정이 완주하면 다른 후보에게도 촉매제가 된다.”

▲ <정기훈 기자>

- 대선 이후 진보정당운동이 나아갈 바는.

“한국 사회 변화를 위해 진보·노동정치의 더 큰 주류화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노조사회화 전략, 선거제도 혁신과 맞물린 주류화 전략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종잣돈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심 후보가 얼마나 표를 얻느냐가 종잣돈이 될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개헌은 기정사실화됐다. 노동기본권을 강화하고 결선투표제·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수반되는 개헌이어야 한다. 심 후보가 얼마나 표를 얻느냐에 달렸다. 개헌을 발판으로 2020년 새로운 장이 열린다. 그랜드한 디자인을 그리자. 심상정 후보를 위한 한 표는 내 삶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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