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노동자가 지난 18일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사건을 계기로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년 이상 근속했던 한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3년간 이어진 노사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19일 오후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아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을자본은 김아무개(45) 지회 조합원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노조파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갑을오토텍 노사갈등은 2014년 12월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경찰 출신 신입직원들이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회사는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뒀을까.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뒤에는 '돈' 있었다

2009년 모딘코리아를 인수한 모기업 갑을상사그룹은 사명을 갑을오토텍으로 변경했다. 인수 당시 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갑을오토텍은 이듬해인 2010년 78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갑을오토텍은 갑을그룹 돈줄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다. 그런데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면서 노사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그 유명한 판결이다.

임금인상 압박에 놓인 갑을오토텍이 선택한 답안지는 '노조파괴'였다. 지난해 8월 지회가 공개한 갑을오토텍의 'Q-P 전략 시나리오'로 이 같은 정황이 확인됐다. 유성기업·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영남대의료원에서 노사관계에 개입한 창조컨설팅 출신 김형철 공인노무사가 만든 노무법인 예지가 이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경비업무 외주화·사택매각을 추진해 지회 파업을 유발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 10월부터 노조파괴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당시 박효상 대표는 "경찰·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회사에 입사시킨 뒤 별도 노조를 설립해 금속노조(1노조)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그해 12월 갑을오토텍 아산공장에 60명의 신입사원이 채용됐다. 이들은 2015년 제2 노조를 만들고, 기존 노조 조합원들을 겁박하거나 흉기를 휘둘렀다. 노조파괴 용병의 등장을 알린 사건으로 회자된다. 갑을오토텍 노사는 노조파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커지자 같은해 신입사원 52명의 채용을 취소하는 데 합의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째 임금 못 받아
"사태해결 기약 안 보여 심적 고통 컸을 듯"


노조파괴 용병 사건 이후에도 노사 갈등은 계속됐다. 지회는 2015년 3월 회사에 임금인상 요구안을 제시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가 불응하자 같은해 6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태업·부분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회사는 쟁의행위 기간인 같은해 10월부터 신입관리직을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이들은 주간연속 2교대 업무가 끝난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7시40분까지 생산공정을 맡았다.

지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금지한 쟁의행위 중 대체생산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해 7월8일부터 공장을 점거했다. 회사는 같은달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 중에도 외주업체를 통해 대체생산을 하는 정황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알려지기도 했다.

노사는 지회가 지난 2월13일 공장점거 농성을 풀고 관리직 출입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중단됐던 교섭을 재개했다. 최근까지 계속된 교섭에서 노사는 임금동결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고용보장 문제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8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받은 경제적 압박은 상상 이상이었을 터다.

지회는 고용노동부·사법부의 태도도 김아무개 조합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지회는 대체인력 투입·불법 외주생산·불법 직장폐쇄·단체교섭 거부 혐의로 회사를 노동부에 고소고발했다"며 "노동부는 단체교섭 거부 사안에 대해서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폐쇄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늦어지는 등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기약 없이 길어지는 갑을오토텍 사태에 절망한 것이 극단적 선택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갑을오토텍은 공격적 직장폐쇄와 대체생산 같은 범죄를 저질렀고 노동부와 검찰은 편파수사·늑장수사로 일관해 결국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며 "경영진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유족들에게 고인의 죽음을 사과하고, 노조파괴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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