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노노모 사무국장)

올해 1월 LG유플러스 콜센터 현장실습생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추운 겨울 차가운 저수지에 몸을 던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미 동일 사업장 같은 콜센터에서 2014년에 똑같은 이유로 또 다른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다시 한 명의 생명이 스러졌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권은 반드시 지켜지고 보장돼야 한다. 전체 임금노동자수가 2천만명에 육박하지만, 노동권 사각지대는 이미 사각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현장실습생,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특수고용 노동자, 사장이 누군지 모르는 간접고용 노동자, 그리고 이제는 700만명을 바라보는 비정규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불안정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

2016년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중 임금노동자는 약 2천만명이다. 그중 소위 비정규직(통계청에서는 임시근로자·일용근로자로 분류)으로 분류된 인원은 670만명이다. 2008년 전경련에서 발표한 보수적인 비정규직 현황이 544만5천명이었으니 8년 사이에 비정규직이 130만명 늘어났다는 소리다.

그런데 보장받아야 할 노동권은 현실에서 점점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박탈되고 있다. 노동권 박탈 속도는 8년간 130여만명이 늘어난 비정규직의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며, 그 범위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다.

불과 1년여 전 노조탄압으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한 한광호 열사,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현장실습생 신분인 유플러스 콜센터 노동자의 죽음,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죽은 노동자. 어디 이뿐인가. 사용자·노동자 간 관계는 간접고용이라는 벽을 만나 혼탁해지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사용이 금지된 파견노동자들은 지금도 버젓이 생산공정에서 일을 한다. 근로계약기간의 쪼개기 신공은 나날이 갈수록 발전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다수 인간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동자로 살아간다.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숙명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동권 상실은 단순한 단어가 주는 내용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험하다.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생계유지를 할 수밖에 없는데 노동권이 상실된다면 노동자의 생계·생존 역시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학교에서는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 사회적으로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2천만명의 노동자가 존재하는 국가에서 자신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일상·학교·언론·정부에서 모두 노동을 외면하는 현실, 그나마 한 생명이 사라져야 기사라도 나오는 이 현실이 2017년 촛불혁명을 거친 우리의 적나라한 노동권의 민낯이다.

쉽고 가까운 데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우직하게 원칙적으로 노동권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에 지금 노동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의 강화와 조직 확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물론 노동조합이 만능은 아니고, 우리의 노동조합이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동자의 도구가 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그러나 적어도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노동권 보장을 위해 싸워 왔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헌법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누구나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결성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고용불안과 불이익에 떨지 않도록,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동자는 당연히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면 노동권은 조금 더 많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언론인은 요즘 방송에서 “역시나 그 책임은 우리의 몫. 그래서 다시 국민. 그래서 다시 민주주의” 라고 말한다. 노동권 역시 그 책임은 노동자의 몫이다. 그래서 다시 노동조합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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