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시대다. 새 정부가 최우선 정책 목표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촛불시민혁명으로 이뤄야 할 비정규 정책대안' 포럼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이날 포럼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참여연대·경제민주화네트워크, 이학영·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을지로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참가자들은 “촛불민심으로 국민이 재벌 독식 자본주의가 아닌 노동자가 대우받는 사회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지금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고용 외부화 비용, 정부가 부담하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5년 8월 현재 전체 피고용자 1천931만7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62만5천명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구분한 결과다.

비정규노동센터는 여기에 알바노동자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피고용자는 2천130만명, 이 중 비정규직은 1천160만명으로 파악했다. 노동자 2명 중 1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란 얘기다. 숫자는 늘었지만 처우는 열악해졌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정규직 임금은 89.1% 올랐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은 75.0%였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 53.5%에서 2015년 49.5%로 줄었다.

조돈문 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상시업무와 비상시업무를 구분해 각각 사용자와 정부에 관리 책임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조 대표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비롯한 상시업무 종사자는 사용업체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 기업의 내부 노동시장으로 통합하고, 비상시업무는 외부노동시장에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에 비상시업무의 종류를 구분하고 사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 수요 예측이 어렵고 사용이 남발될 수 있다. 이때 정부가 나서 산업·업종·지역별 비상시업무 종류를 구분하고 수요·공급을 매칭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정부가 용역·하청업체 역할을 하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고 소득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 대표는 “고용 외부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면 사회양극화와 불안정화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원에 대해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비율과 연계해 사용자에게 사회보험료와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들 비정규직 공약 "글쎄"

노동계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새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 엄격 규제 △노동 3권 보장 △생활임금과 고용안정 △안전한 일터 구축을 기조로 비정규직 정책을 짜야 한다고 밝혔다.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실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장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고,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과 상시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이 담긴 방향으로 관계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과 발언도 분석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비정규직 규모에 있어서도 정부의 공식 통계인 33%를 인용하고 있고, 비정규직 양산법을 만든 참여정부 시절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안전업무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상시·지속업무 전체의 정규직화는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며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최고임금제 등 자본의 탐욕을 규제하는 내용의 의미 있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에 대해선 특별한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