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의혹과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학술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지자 법원 소속 공무원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퇴진과 외부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 재구성을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본부장 김창호)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권을 남용해 사법개혁을 방해한 데 이어 법관 사찰이라는 불법적 사법농단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음에도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막았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출범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번주 안에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법원본부는 “대법원장이 임명한 인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본부는 대법원장 퇴진과 외부 추천을 받은 중립적 인사들로 진상조사기구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김창호 본부장은 “대법원 스스로 사법부의 존립가치를 부정한 사건들이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사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법원본부는 이날 사법개혁을 위한 법원공무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달 14일부터 27일까지 서면기입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에는 법원공무원 5천692명이 참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평가 세부항목 가운데 ‘민주적 리더십’ 점수가 가장 낮았다.

법원공무원들은 신임 대법원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정치권력 등 외부의 간섭과 압박을 막아 내 소신 있는 판결을 독려하는 인물”(29.7%)을 꼽았다. 이어 “사법부 수장에 걸맞은 윤리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25.6%)과 “노조 등 법원공무원과 일상적으로 소통할 의지를 가진 인물”(19.8%)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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