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폐업으로 해고된 뒤 재취업을 거부당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간부와 조합원이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11일 지회에 따르면 전영수(42) 지회 조직부장과 이성호(47) 대의원이 노조활동 보장과 블랙리스트 폐지를 요구하며 이날 새벽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연결 고가다리 아래 20미터 높이 교각 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지회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들로 조직돼 있다. 두 농성자는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ㄷ사에서 일하다 지난 9일 해고됐다. 대개의 경우 조선소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소속 직원들은 다른 하청업체로 이직한다. 그런데 폐업한 업체에서 일한 지회 조합원 3명은 다른 하청업체들이 고용을 거부해 재취업이 되지 않았다.

조선소에서 노조활동 경력자가 취업이 되지 않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지회 조합원 8명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이날 현재 8개월 넘게 회사 정문 인근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노조 주요 간부 중 80%가량이 업체폐업 등을 통해 해고됐다"며 "노조가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투쟁밖에 남질 않았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농성을 시작하기 전 작성한 호소문에서 "원청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이직과 취업을 차단당하기 때문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로 선뜻 뭉치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라는 정당함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저항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에 구조조정 중단과 노조활동 보장,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다. 현대미포조선측은 "협력사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조선업황이 악화해 어려움이 있다"며 "하청업체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전영수 조직부장은 "농성을 시작하기 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이력서를 내며 구직활동을 했지만 원청이 막고 있어 고용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하청 노동자는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속노조 울산본부와 지회 조합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가도로 교각 주위를 24시간 지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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