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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동자에게도 진정한 봄이 오길고은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 인권)
▲ 고은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 인권)

대통령이 구속됐고 조기 대선, 이른바 '촛불대선'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구속시킨 촛불혁명의 주역 촛불세대 청소년·청년들의 삶은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청년노동자들의 삶은 이른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얼마 전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청소년노동자가 감정노동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남긴 문자메시지이다. 이 청소년노동자는 소위 ‘욕받이부서’라고 불리는 SAVE부서에서 주로 온갖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를 했다. 감정노동에, 고객들의 해지요청을 설득하고 막아 내는 성과까지 남겨야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목숨을 끊은 것이다. 현장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청소년노동은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까지, 더 큰 사각지대에 몰려 있다.

청년노동자들 역시 힘들고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서울메트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19세 청년노동자 김군과 같은 작업을 하는 청년노동자가 있다. 구의역 사고 이후 해당 업무가 '안전업무직'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무기계약직이 됐다. 그러나 월급 130만원이 조금 넘는 거의 최저임금에 가까운 저열한 임금수준과 남이 쓰던 안전모와 안전화를 그것도 입사 후 몇 달이 지나서야 지급받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

뿐만 아니다. 필자도 회원으로 있는, 일하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청년전태일’이라는 단체 회원인 어느 20대 청년노동자는 학교비정규직으로 일하며 1년 단위 기간제 계약서를 반복 갱신하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4년간의 계약 갱신과 근무 끝에 기간만료로 계약해지되고, 또다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 처했다.

또 다른 회원인 한 청년노동자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상경해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급을 받으며 강도 높은 노동을 밤낮없이 해야 했지만 식비에, 방값에, 교통비까지 빼면 한 달에 20여만원이 겨우 남는 전혀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고, 어렵게 취업한다 해도 저임금·고용불안에 목숨까지 내놓고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비정규직 일자리까지, 열심히 일해도 갈수록 힘들어지기만 하는 청년노동자들의 사연은 이렇게 끝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한다는 이 시대 청년들, 그러나 청년 실질실업률이 30퍼센트를 넘어 사실상 3명 중 1명은 실업상태다. 그 험난한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청년 임금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비정규직, 그중에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청년노동자는 전체의 6분의 1에 달한다. 지난 주말에 치러졌던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는 응시자 17만명이 몰리며 또다시 역대 최대인원 기록을 경신했다고 하니, 오죽할까.

언제까지 N포 세대라는 오명으로, 이생망·헬조선 같은 자조적인 말들로 청년들이 절망하고 움츠러들게 해야 할까. 바로 지금 이 ‘촛불대선’ ‘장미대선’ 정국이 청년들의 쓰디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유력 대권주자라고 하는 대선후보들은 최저임금 1만원을 2022년에나 하겠다고 하거나, 누구는 아예 기약이 없거나, 심지어 청년들에게 왜 자신을 존경하지 않느냐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긴 하다. 그래서 일하는 청년들이 직접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주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면 결혼하고 싶다며 청년노동자 커플의 이색 웨딩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실제 터무니없이 낮은 최저임금으로 연애에 결혼까지 포기를 강요당하는 이들의 절규였다. 청년단체에서는 이번 다가오는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장미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밥을 먹기 위해, 방세를 내고 등록금을 내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청년들의 노동은 계속될 것이다. 청년들이 더 이상 무언가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권리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의 노동이 적어도 노력에 걸맞은 ‘제값’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월급을 올리는 차원이 아니라 청년들의 몸값이 제자리를 찾고 그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엄연한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다.

다수의 일하는 청년들이 다가오는 노동절, 장미파업에 동참해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청년노동자들의 삶에도 진정한 봄바람이 불기를 소망해 본다.

고은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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