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철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

건설노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4월13일 총파업을 한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때문이다. 노동기본권 박탈은 생존권 박탈을 의미한다. 툭하면 임금을 떼인다. 사고가 나도 호소할 데가 없다. 사회보험 혜택도 전무하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일과 왜 총파업에 나서게 됐는지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건설기계 조종사들은 본인들을 “노동자”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현장에 들어가서부터 우리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현장관리자의 지휘 감독을 받아 일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당연한 듯 알고 있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곳이 바로 국회이고 정부입니다.

노동기본권이 없다 보니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출근하자마자 계약해지를 당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건설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노사 간 단체협약을 작성했음에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대는 것이 건설현장입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서 발목이 부러져도 책임지지 않고 휴업급여는커녕 수천만원이 나오는 병원비까지 오롯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로 지새야 합니다. 한 가정이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사회적 혼란과 부담이 가중돼서 결국은 전체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당연히 관리감독 의무를 가진 사용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 책임을 건설기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건설기계 노동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건설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관리감독은 원청 건설사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건설회사가 안전관리비를 안전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보도에서도 숱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50% 정도가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2016년 500여명의 건설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그 통계에서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영조차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에 의해 일한 날만큼 퇴직공제부금이 적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마저도 제외되고 있습니다. 노조가 조사한 통계에서 보면 건설업 전 업종 중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가장 적은 실질임금을 받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것이 바로 현장에서 필요한 연장이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되고 싶어 건설기계를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건설기계 1인 사업주에게도 퇴직공제부금은 당연히 적용돼야 합니다.

현장의 근로조건은 또 어떻습니까?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적정한 임금(임대료)도 받지 못하고 10시간·12시간 일해도 연장수당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장비가 넘쳐나 한 달에 10여일 작업하면서 이리저리 생활비를 융통해 써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부분이 신용불량을 걱정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하루 일을 놓고 나오는 건설기계장비 노동자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일당을 포기하고 서울로 상경해서 우리의 요구를 알려 내려고 합니다. 약속을 지키라고, 제발 좀 같이 살자고 건설노조 건설기계 전체 조합원은 4월13일 총파업 선언을 하고 상경투쟁을 합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위한 법들이 18·19·20대 국회에 끊임없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의만 되고 폐기되는 과정을 겪으며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또다시 길거리로 나옵니다.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3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대리운전노조에서조차 여의도 노숙농성장을 찾아 투쟁기금을 전달했습니다. 20여년의 투쟁에 함께 해 온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새로운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파업이고 당연한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여의도 농성장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벚꽃축제가 한창입니다. 가족들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을 보며 우리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언제쯤 마음 편히 봄을 맞이할 수 있을는지 생각합니다. 벚나무 아래 농성장에 누워 내년 이맘때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밝은 웃음으로 국회 앞 벚꽃길을 걸어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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