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자를 원청 정규직 노조 우산으로 들여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행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지부장 김성락)의 1사1노조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불거진 지부 내 갈등이 엉뚱한 사안으로 옮겨붙은 형국이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기아차지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지부에 가입하는 1사1노조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조합원총회를 조만간 개최한다. 금속노조는 2006년 산별노조를 실현하고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1사1노조 원칙을 담은 규약을 채택했다. 기아차지부는 2007년 완성차 정규직노조 중에는 처음으로 기아차사내하청지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1사1노조를 만들었다. 현대차지부와 한국지엠지부 등 노조 내 다른 완성차노조는 규약 개정이 대의원대회에서 번번이 무산돼 아직까지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나뉘어 있다.

기아차지부가 1사1노조 재검토를 추진한 데에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불거진 조직 내 이견이 발단이 됐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해 10월 사내하청 비정규직 1천49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가장 많은 사내하청 조합원을 조직하고 있는 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는 "3천여 비정규직 조합원 중 2천명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노사합의에 이의를 제기했다. 분회는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도 했다. 사내하청분회가 독자적으로 투쟁사업을 펼치면서 지부와 갈등이 촉발했다.

분회는 지난 6일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특별채용을 중단하고 법원 판결에 따라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을 배치하라는 내용의 안건을 발의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한 정규직 대의원이 "1단위 사업장 1노조 유지에 대해 조합원 의견을 묻는 총회를 진행하자"는 수정안을 냈다. 지부 전체 대의원 460여명 중 비정규직 대의원은 40여명에 불과하다. 수정안은 투표참여자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 통과됐다.

분회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요구와 상관없는 1사1노조 원칙을 재고하자는 수정안이 통과되는 황당한 상황이 일어났다"며 "투표가 이뤄지면 비정규직을 지부에서 밀어내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지부 조합원 3만4천여명 중 정규직은 3만1천명, 비정규직은 3천여명이다.

김성락 지부장은 최근 조합원 전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이 부정되고 (…) 별도 파업을 진행하는 등 몇몇 활동가에 의해 기아차지부의 사업이 부정(됐다)"며 "정규직과 사내하청 간 갈등만 발생돼 결국 조합원 동지 여러분의 판단에 따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두 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사내하청 사용이 불법파견에 해당해 원청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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