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구속하는 우리 국민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던 와중에 최근 일본 정부의 노동개혁 소식을 듣게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달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노동개혁 관련 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노동방식을 바꾸는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일갈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밝힌 일본 정부의 9가지 분야 노동개혁안을 ① 비정규직 처우개선 분야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 ② 임금인상 분야 “최저임금 연 3% 인상, 최저시급 1천엔(약 1만원)” ③ 장시간 노동 규제 분야 “월 45시간 연간 360시간 원칙, 벌칙조항 도입” ④ 이직·재취업 지원 분야 “이직자 받는 기업 지원, 정보제공 강화” ⑤ 유연근무 분야 “재택 등 원거리근무 확대, 겸업·부업 확대” ⑥ 여성·청년 분야 “재교육 기획 확대, 취업 빙하기 세대 지원” ⑦ 고령자 취업 촉진 분야 “65세 이상 연속채용 및 정년연장 확대” ⑧ 일·가정 양립 분야 “보육사·요양사 임금 및 처우개선” ⑨ 외국인재 영입 분야 “정부 차원 종합적 검토” 로 정리했다.

일본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박근혜 정부가 추구했던 노동개악안, 즉 “근로시간단축(실질적으로 근로시간 연장),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확대, 임금피크제” 등과 반대되는 것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여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며, 최저임금을 올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야말로 일본의 노동방식을 바꾸기 위한 대책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법안을 제정할 정도로 소위 극우 보수 성향의 아베 총리가 ‘노동’ 분야에서만큼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장시간 노동 배제”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등의 개혁안을 내놓고 "역사적인 첫걸음"이라며 자부한다. 지금까지의 노동현실 접근 방식으로는 산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20년 내지 30년 앞서 있다면서 일본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노동현실에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유수의 명문대학을 나온 인재가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자살하는 옆 나라 일본이 우리의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가 3배에 달하며,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2~3명이 비정규직이다. 얼마 전 과로사한 워킹맘 공무원이나 집배원,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보면 일본의 노동개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지만 일본의 노동개혁은 분명 정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본의 보수정부가 부르짖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장시간 노동 배제”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우리나라도 어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언젠가는 고용노동부나 대통령이 나서 부르짖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전 정부 수장이 구속되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마당이다. 정부가 나서 지금까지의 '적폐 노동개악안'을 과감하게 버리고, 이제라도 경제적 불평등과 장시간 노동을 청산할 새로운 노동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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