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비정규직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편법·불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근로감독기능을 강화하겠다.”

“비정규직 역시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

바야흐로 공약의 계절이다. 그럼 이 공약들은 어느 대선후보의 공약일까.

이는 2002년 대선후보였던 노무현의 공약집 <노동자의 벗, 서민의 친구 노무현의 약속>에 실렸던 노동공약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집권 4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 그 전조는 2003년 6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노조를 특권 집단이라고 비난하고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를 비판하면서 드러났다. 2003년 7월 노동부는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위원회'를 구성했고, 같은해 9월에는 ‘사용자의 쟁의 대항권’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들고나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배달호 열사를 시작으로 사용자의 손해배상·가압류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같은해 10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광주본부장 이용석의 분신으로 공공부문에까지 만연한 비정규직 남용이 문제되자, 노무현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용자에게는 비정규직 사용의 자유를 주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될 수밖에 없는 대책이었다.

‘비정규직 양산법’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대기업·정규직노조의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가운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악안이 2006년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공공부문에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도입하고 대체근로 범위를 확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곧이어 국회를 통과했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 시절은 김대중 정부에 이어 비정규직의 상시적 사용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노동 3권에 대한 노조법의 억압이 강화된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로 ‘정권교체’하려 하는 문재인 후보의 노동공약은 어떠한가. 현재까지 캠프에서 밝히고 있는 것은,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준의 비정규직 대책이고, 노동 3권 보장에 대한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된다고 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지금 같은 상태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고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노무현 정부 수준이 최고치일 것이다. 그러나 비극적인 것은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에 대해 정권교체를 지지했던 노동운동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될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민생파탄에 환멸을 느끼며 이명박·박근혜를 선택했던 평범한 노동자·서민의 환멸은 다시금 진보진영으로 쏟아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조직된 노동자의 독자적 힘이 강해지지 않는 한, 노동조합이 조합원뿐만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방어하는 진지로 강화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정책을 철저히 극복하지 않는 한, ‘개혁적’ 정부는 반드시 실패하고 그 비용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공약의 시절, 노동 3권에 대한 억압을 제거하고 사실상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한 비정규직의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노동운동이 요구와 투쟁을 집중해야 할 때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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