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찬흡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장

건설노조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4월13일 총파업을 한다. 지난 3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때문이다. 노동기본권 박탈은 생존권 박탈을 의미한다. 툭하면 임금을 떼인다. 사고가 나도 호소할 데가 없다. 사회보험 혜택도 전무하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은 일과 왜 총파업에 나서게 됐는지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두 차례로 나눠 싣는다.<편집자>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황재분회 조합원들은 덤프트럭으로 모래를 실어 나르는 사람들이다. 홈센타는 대구에서 알아주는 업체다. 주로 레미콘을 생산·운반한다. 황재물류는 홈센타 계열사다. 황재물류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은 올해 2월3일 문자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노조는 2015년 박병준 홈센타 사장과 맺은 고용합의서를 근거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는 절규에 박병준 사장은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대구지역의 경우 4대강 공사로 모래가 없다. 모래를 사려면 김천·상주까지 가야 한다. 모래 파는 곳엔 대구·경북지역 차가 모이기 때문에 정해진 날짜에 판매를 한다. 월요일에는 김천지역에만 팔고, 화요일엔 상주지역에만 팔고 이런 식이다. 대구에서 모래를 사 오려면 새벽 2~3시에는 가야 한다. 그렇게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그렇게 일했다.

일하면서 덤프트럭 차량 4대를 바꾼 노동자도 있다. 건설현장 구간만 다니는 게 아니라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고, 장거리 운전할 때 차가 험악하면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억 단위 덤프 차량을 자기 돈 주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캐피탈회사 할부에 매여 있는데, 할부 끝나면 바꾸고, 또 일하다 할부 끝나면 바꾸고, 네 차례나 그렇게 했다는 거다. 나이 60이 다 돼 갈 동안 말이다. 청춘을 다 바친 셈이다.

젊은 사람들도 덤프트럭 하겠다고 들어왔다.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운반비도 인상하고, 노동조건도 좋아졌다. 40대 초반인 젊은 사람들, 지금은 빨간 머리띠를 둘러매고 농성장에 있다. 농성장에 그 부인이 아기를 하나는 안고, 하나는 손 붙잡고 찾아왔다. 어린아이는 집에서 잘 못 보는 아빠를 만났다고 좋아하는데, 아빠는 일손 놓고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투쟁한 지 5일로 58일차다. 농성 중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노동자들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우리를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부른다.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고, 자기 소유 차량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회사가 시키는 일을 했고, 짧게는 5~10년 길게는 20년 동안 일했다. 레미콘 공장 하나, 석산 하나 갖고 시작했던 회사가 대구지역 70%에 달하는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까지 열심히 일했다. 2년 전에 신발 하나, 옷 하나 사 주면서 운반비를 70% 깎아도 '회사를 위해서'라는 마음으로 참았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회사는 계속 운반비를 깎으려고 했다. 그래서 노조에 가입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수십억원이 들더라도 “노조를 깨겠다”며 혈안이 됐다.

박병준 사장은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고 디지털 시대”라며 우리의 투쟁을 폄하했다. 박병준 사장은 '무노조 삼성'을 운운하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노조를 깬 경험을 이야기했다. 지금과 똑같은 양상이었다. 레미콘 노동자들이 차량을 불하받고 일하다 힘들어 노조를 만들었는데, 두 차례에 걸쳐 그 노조가 깨져 버렸다. 사장이 노조를 대하는 마인드 자체가 아날로그다.

건설현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두 달이 돼 간다. 힘들지만,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다. “나는 노동자다” 가슴팍에 도장 콱 찍고, “끝까지 간다”고 손바닥 도장 팍 찍고, 목숨줄인 차를 팔아서라도 이길 거다.

대구에서도 서울에서도 노숙농성을 연달아 하고 있다.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회가 13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간부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노동기본권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 그래야 숨 좀 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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