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11776 취업규칙변경무효확인등

1. 사실

정년연장에 관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시행을 앞두고 신한은행은 2015년 9월7일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인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와 합의해 임금피크제 운용지침, 단체협약(지부보충협약)에서 정년(60세)에 도달하기 5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Ma 이상은 첫해 30%부터 마지막 해 70%까지, 나머지 직원들은 첫해 20%부터 마지막 해 60%까지 삭감됨)를 도입하고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했다. 이 임금피크제는 조합원인 정규직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계약직까지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 노사합의로 도입한 것이었다. 신한은행 직원은 일반직·RS직·관리전담계약직·관리지원계약직·계약직으로 구성돼 있다. 원고들을 포함한 관리지원계약직 근로자는 2009년 12월 일반직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조건으로 한 명예퇴직을 신청해 퇴직한 다음, 재입사해 2010년 1월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직 근로자로서 정년에 이를 때까지 후선업무 등 일반적 사무처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관리지원계약직은 인사관리와 근로조건 등에 관해서는 신한은행의 다른 직군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인사규정 등 회사 제규정이 적용되는 외에, 이와 별도로 관리지원계약인력 운용지침에서 정하고 있다. 한편 보수는 고용계약서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대략 종전 일반직 당시 지급받던 연봉에서 40% 이상 감액한 수준의 연봉을 지급받아 왔다. 그럼에도 노사가 합의한 임금피크제까지 적용받게 됨에 따라 추가로 20%에서 60%까지 임금이 줄어들게 됐다. 이에 재입사 전의 업무를 사실상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는 정규직원보다 현저히 낮은 처우를 받는 관리지원계약직 근로자인 원고들은 자신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사용자 신한은행이 이를 적용해 임금을 삭감한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해 3월 임금피크제에 관한 취업규칙 무효확인 및 임금차액 등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 주장

원고 근로자측은 조합원인 정규직원 등과 구분돼 ‘관리지원계약인력 운용지침’에 따라 별도로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적용받아 왔는데도 관리지원계약직이 가입하지 못한 노동조합과의 합의로 원고들을 포함한 관리지원계약직까지도 임금피크제를 도입, 적용하기로 하는 ‘임금피크제 운용지침’ 제정은 근로기준법 제94조1항 단서가 규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에 반하는 것이라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즉 사측이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용지침’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원과 별도로 원고들을 포함한 관리지원계약직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했음에도 원고들을 포함한 관리지원계약직 근로자들을 배제하고 과반수노조인 정규직노조와의 합의만으로 도입한 것이라서 위법,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피고 사용자측은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5조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에 상시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적용받는 단체협약은 비조합원인 다른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면서 임금피크제 합의는 유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한은행에서 관리지원계약직이 일반직 등 정규직원과 근로조건이 이원화된 집단이 아닐뿐더러 일반직도 관리지원계약직으로 전환이 예상되기에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모든 근로자집단에 불이익한 방향으로 변경되는 지침에 대해서는 그 근로자집단 전체를 동의의 주체로 봐야 한다며 관리지원계약직의 별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권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고 사측은 주장했다. 나아가 본안 전 항변으로 임금피크제에 관한 지침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고측은 노조규약과는 달리 지부보충협약은 정규직원만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고, 실제로 관리지원계약직 등은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오지 않았으며,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이 별도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일반직에서 퇴직하고서 관리지원계약직으로 재입사한 것이라서 정규직인 일반직에서 관리지원계약직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3. 판단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는 먼저 이 사건 지침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예상되는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며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관리지원계약직 근로자들은 단체협약(지부보충협약)에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 해당해 그 적용이 예상된다고 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그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 근로자라고 할 수 없어 임금피크제에 관한 노사합의인 단체협약은 구속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관리지원계약직은 조합원인 정규직원과는 다른 근로조건 기준이 적용돼 왔기에 관리지원계약직의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지침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계속해서 서로 다른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는 여러 근로자 집단의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전체 근로자집단이 그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의 동의 주체가 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일반직의 관리지원계약직으로 전환이 예상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감액된 임금 차액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이 판결에 불복해 피고 신한은행은 올해 2월17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

4. 평가

법리적으로는, 먼저 임금피크제에 관한 각종 회사 제규정 등 취업규칙에 대한 무효확인의 소송이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분명히 했고, 이에 따라 현재 여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등 회사 제규정의 무효 확인의 소가 적법한 것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음으로 신한은행에서 노조규약상으로는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고 임금피크제 노사합의에서도 명시적으로 관리지원계약직을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음에도 정규직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치는 동종의 근로자에게 그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범위에 속하지 아니한 계약직 등 근로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1.29 선고 2001다5142 판결)를 재확인했다. 무엇보다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주체와 관련해 종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집단은 물론 당장 적용되지 않더라도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모든 근로자집단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이는 임금 등 세부 근로조건에 관한 별도 기준이 적용되는 근로자집단은 나머지 근로자들과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경우에는 장래에 변경된 취업규칙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집단에 해당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집단이 동의 주체가 된다며 위 대법원 판례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구체적인 예외 기준을 파악해서 판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실천적으로는, 최근 정년연장과 관련해 사용자가 과반수노조인 정규직노조와 합의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비조합원인 계약직 등 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가 소홀히 취급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판결 법리에 따르면 앞으로 사용자는 조합원·정규직과 다른 근로조건이 적용되는 비조합원·계약직 비정규직에까지 적용될 임금피크제 도입, 기타 근로조건 기준 변경의 경우에 있어서는 과반수노조인 정규직노조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계약직 비정규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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