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정화여상의 원조 촛불소녀. 기륭투쟁 10년의 산증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활동가이자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운영위원장. 2012년 노동자대통령후보 김소연.

김소연은 1986년 정화여상에 입학해 이듬해 사학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민주화투쟁을 했다. 학생회 직선제도 쟁취해 냈다. 학교 졸업 후 청량리정신병원과 잡지 <우리교육> 등 몇 곳을 거쳐 92년 구로공단 갑을전자에 입사했다. 당시 어용노조 민주화를 위해 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소연은 대의원과 조직부장을 역임하며 97년 노조위원장이 된다. 그해 외환위기가 터지자 ㈜갑을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의해 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간다.

계열사인 갑을전자는 부도 후 화의가 개시된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폐업신고를 했다. 노동조합은 공장 재가동과 매각시 고용·노조·단체협약 승계, 생계대책비 지급을 요구하며 155일간 갑을그룹 점거농성을 전개했다. 이 투쟁은 2000년 11월 합의가 이뤄지며 마무리됐으나 회사는 분할매각됐다. 김소연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다.

김소연은 2002년 파견회사 휴먼닷컴을 통해 기륭전자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2005년 4월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고 해고사유로 ‘잡담’을 적시한 소위 ‘잡담해고’ 사건이 발생했다. 파견직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같은해 7월 사람들을 모으고 노조가입원서를 받으며 대응을 시작했다. 8월에는 관악지방노동사무소가 "기륭전자와 휴먼닷컴이 도급으로 위장해 노동자를 불법파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회사는 합법도급으로의 전환을 위해 계약만료를 앞둔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경찰 투입으로 해산되고, 김소연과 2명의 간부가 구속된다. 3개월 후 보석으로 출소한 김소연은 또다시 투쟁에 나선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옥상농성·단식농성·포클레인 고공농성을 이어 갔다. 결국 2010년 11월1일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5년 4개월 만의 타결이었다.

하지만 최동열 회장은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하고 야반도주를 했다. 기륭노동자들의 투쟁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의 10년 싸움은 그 어느 현장보다 연대와 실천이 빛났던 투쟁이었다.

김소연은 기륭전자 투쟁과 다양한 활동을 병행했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결성과 희망버스기획단 활동을 비롯한 각종 투쟁 현장에 기륭분회 조합원들의 연대가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최동열의 묵묵부답과 야반도주에 실망하지 않았다. 다양한 활동 공간을 확보하며 노동운동의 삶을 이어 가고 있다.

김소연은 2012년 노동자계급정치를 위한 ‘변혁모임’의 소집권자를 필자 등과 같이 맡아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대통령후보 전술을 채택하고 무너진 노동계급정치 복원을 위해 노력했다. 투쟁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운 10여명의 예비후보를 추천하고 최종적으로 김소연을 노동자대통령후보로 선출했다.

변혁모임 공동소집권자인 필자와 단식 중이던 김정우 당시 쌍용자동차지부장, 김소연 기륭분회장 등으로 후보를 압축해 갔으나 애초부터 김소연 외에 대안이 없었다. 최종 후보 3인 중 김정우 지부장은 대한문 장기단식으로 생사가 걸린 투쟁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2011년 발전노조 파괴와 전해투 6개월 활동중단 사태를 맞아 발전노조 조직복원과 절대로 다시 맡지 않겠다던 전해투 위원장 역할에 복귀한 상태여서 개인적으로 수락이 불가능한 후보전술이었다.

서울 여의도 통닭집에서 맥주 한 잔을 놓고 필자와 김소연의 단일화 담판이 열렸다. “현재 그 누구도 출마가 불가한 상황에서 당신마저 출마하지 않으면 노동자대통령후보 전술은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필자의 집요한 설득과 김소연의 겸손한 저항이 있었다.

후보결정 담판은 김소연의 울며 겨자 먹기와 필자가 노동자대통령선대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김소연 후보는 노동자투쟁을 알려 내고 노동의제를 쟁점화하는 역할을 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변혁정치의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도 곁들였다.

노동자대통령후보 전술 경험이 언젠가 노동계급정치를 통한 노동자대통령 출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18대 노동자대통령후보이자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지킴이 김소연의 활동을 변함없이 응원한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