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년간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보고서가 공개됐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장)가 3일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한·EU FTA 이행상황 평가보고서’를 내놓았다. 평가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의뢰를 받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작성했다. 한·EU FTA는 2011년 7월 발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EU FTA 발효 이후 한국의 총수출 중 EU 비중은 2010년 11.9%에서 2015년 9.3%로 감소했다. EU는 한·EU FTA 발효 전 한국의 2위 수출지역이었으나 2011년부터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반면 한·EU FTA 발효 이후 총수입 중 EU 상품 비중은 4.8%포인트 증가했다. 총수입 중 EU 상품 비중은 2010년 9.4%에서 2015년 13.6%로 늘었다. 2010년 4위 수입 상대국이던 EU는 2012년 3위, 2015년 2위로 부상했다.

EU의 직접투자도 줄어들었다. EU의 한국 직접투자 규모는 2008년 63억4천달러, 2010년 32억달러에서 2015년 25억달러로 급감했다. 일자리 효과도 내지 못했다. 한·EU FTA 발효 뒤 5년간(2011~2015년) 국내 일자리는 9천983개 늘었다. 연간 1천996개에 불과하다. 서비스업에서 1만5천255개가 창출된 반면 농축수산식품업과 제조업에서 각각 3천232개와 2천11개가 줄어들었다.<표 참조>

연구진은 “한·EU FTA 5년간 기대와는 달리 EU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됐다”며 “예상치 못한 EU의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미국·EU·중국 가릴 것 없이 FTA를 맺으면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며 “FTA가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FTA가 무조건 좋다는 식의 접근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