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검찰 수사가 재벌 총수 뇌물죄 의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대부분을 피해자로 보는 것으로 알려지자 노동계가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2일 전체 조합원에게 김상구 위원장 명의로 보낸 서신에서 "구속 중인 이재용뿐 아니라 정몽구·최태원·신동빈 등 박근혜 정권에 뇌물을 상납하고 기생해 온 나머지 재벌 총수들을 처벌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출해야 한다"며 "올 한 해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단 하루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것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검찰 주장이 수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외의 대기업 수사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던 최태원 SK 회장과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는 롯데를 대상으로 수사를 했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영장에도 SK·롯데·CJ그룹을 '피해자'로 적시했다.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는 재벌을 강요에 의해 출연금을 낸 피해자로 봤지만, 수사를 넘겨받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를 뒤집고 '대가성 있는 뇌물을 준 피의자'로 재벌 대기업을 규정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특검 활동기간이 종료된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재벌기업들의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한 것"이라며 "이 틀을 과연 검찰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중요하고, 지금 (특검과 검찰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재벌에 대한 검찰 수사의지를 확인할 표지석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현대차는 두 재단에 삼성 다음으로 많은 128억원을 출연금으로 냈다. 최순실 지인회사 KD코퍼레이션에 11억원 상당의 납품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그룹 관계자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핫라인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특검 활동 때부터 최근까지 수사대상에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노조와 현대차그룹 비정규 노동자들은 기습시위와 결의대회를 통해 정 회장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몽구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오전 현대·기아차 비정규직과 협력회사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기자회견과 기습시위를 열고 "뇌물을 수수하고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른 정 회장을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기습시위 참가자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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