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병원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청소·환자이송·간병·시설관리 같은 다양한 업무를 한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원청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감염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환자를 대면하는 인력은 병원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주최로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의 집담회가 열렸다. 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환자와 일상적으로 만나고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하면서도 위험상황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감염관리 대상서 제외된 비정규직 무방비 노출

이날 집담회에서는 병원의 감염 관리 대상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하면서 비정규 노동자가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7년째 환자이송 업무를 하는 박영복(60)씨는 하루에도 환자와 보호자 수십명을 만난다. 박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비정규직에게는 방호복이나 마스크도 지급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은 병원의 관리망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병원 내 비정규 노동자들이 감염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청소노동자 이점자(46)씨도 “메르스 당시 정규직들은 병원 차원에서 감염예방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고 환자 상황을 수시로 통보받았는데 비정규직은 그러지 못했다”며 “보호구 지급과 감염환자 상황 공유, 안전교육, 체온관리, 감염시 공상처리 같은 것들을 직접 따로 요구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감염병 의심환자가 있는 병실을 청소할 때도 병원에서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아 혹시 나도 감염됐을까 불안하다”며 “병원사업장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는 누구든 안전을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환자대면 인력은 파견·도급·위탁 금지해야”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계옥 본부 대구민들레분회장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해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보호지침이 현장에서 적용되려면 처벌규정을 마련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은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조 요구안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계약법 개정을 통해 공공부문 간접고용을 규제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부문까지 포괄하는 전체 간접고용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병원 비정규직 증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청소·환자이송 같은 영역에서 비정규직이 존재하면 집단적 감염예방 실천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정희 정책위원은 병원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해 △환자와 직접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파견 금지 업무로 지정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의 직접 관리·감독이 필요한 업무는 도급과 위탁 금지 업무로 명시 △의료기관 평가 지표에 병원 비정규직 비율 반영을 제안했다.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90년대 후반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분야까지도 확대됐다”며 “노조가 목소리를 내면서 국회와 손잡고 정책을 바꿔 나가자”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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