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5월9일)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정당들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한 상태다. 조기 대선인 만큼 경선은 4월 초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노동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주요 대선주자들이 발표한 공약을 분석한다. 크게 △일자리·청년일자리 △노동시간·휴가 △임금·근로조건 △비정규직·산업안전 △노동권·노사관계·사회적대화로 나눠 5회에 걸쳐 싣는다. 분석 대상은 유의미한 여론 지지율을 보이면서 일자리·노동공약을 꾸준히 발표한 7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다.<편집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이 제·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32.8%(644만명)를 차지한다. 같은 자료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재분석해 보니 비정규직은 44.5%(874만명)로 절반에 육박한다.

그동안 노동시장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정규직 전환은커녕 초단기 근무계약만 늘어났고 무기계약직이라는 새로운 고용형태가 나타났다. 또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불법파견이 만연한 상태다. 간접고용·특수고용도 크게 증가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제한된 사용자 개념으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19대 대선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각 당 주요 대선주자들도 앞다퉈 비정규직 공약을 내놓고 있다. 많은 후보들이 사용사유 제한을 약속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앞세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후보들 간 비정규직 공약의 양적·질적 격차가 드러난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론적 주장만 하거나 일자리 문제로만 접근할 뿐 근본적인 철학과 구체적인 이행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상임대표가 지난달 12일 비정규직 공약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10년간의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 데는 이런 배경이 존재한다.

안철수 제외한 대선주자 “사용사유 제한 찬성”
비정규직 정규직화·동일노동 동일임금 외치지만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약속한 후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심상정 상임대표·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다. 이 외에 29일 민주노총이 대선주자들에게 정책질의를 통해 받은 답변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도 “동의” 의사를 나타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유보”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사용사유 제한에 동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일자리 공약에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 원·하청 공동책임제를 포함했다. 그는 “비정규직 입구를 사전에 차단해서 상시·지속적인 일자리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정하겠다”며 “동일기업 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도록 강제해 불공정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에 서울 용산우체국을 방문해 우체국 집배인력 증원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공정노동위원회를 통한 비정규직 차별 해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대표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는 지난 16일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노동시장으로 삶이 살아 있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공정노동위 신설안을 제시했다. 그는 “공정노동위는 일터에서 각종 차별을 시정하는 준사법적 전담기구로 비정규직·사내하청·여성·노인·장애인 차별을 없앨 것”이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한 연구·컨설팅·제도개선을 전담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심상정 “비정규직 문제 조직력 강화로 접근”
안철수, 직무급 정규직 통한 비정규직 문제 접근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장은 공공부문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제시했는데 이 중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포함됐다. 그는 “정부·공공기관·공기업에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많다”며 “정부는 모범적 사용자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신규채용도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직 교사들도 정규교사로 전환해 교육지망생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지난 16일 공공운수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맺은 정책협약에서 무기계약직 대상 직종 학교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의 조직력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민생, 현장에 답이 있다’ 타운홀미팅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려면 먼저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의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은 심상정 대표의 공약과 닮았다. 심 대표는 지난달 17일 <매일노동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비정규직법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조직률”이라며 “임기 내 조직률 30%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임금개혁을 통한 비정규직 정책에 접근했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억제하고 저임금을 해소하는 ‘직무형 정규직’ 일자리를 만든 다음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설립해 이들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안전·복지를 담당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추가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무형 정규직의 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 수준으로 상정했다. 이 밖에 그는 공공조달제도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민간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세액공제·감면을 지원하는 한편 비정규직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5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5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한편 최저임금을 3년 안에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민주당 비정규직 확산 반성과 성찰부터”
유승민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로 간접고용 억제”


심상정 대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하청 비정규직 임금을 원청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사업장 내 근로자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다. 이어 사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사용기간을 1년으로 단축한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사용하면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그 직무를 정규직화하는 법·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철수 의원의 ‘직무급 정규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질 좋은 일자리 유도를 위해 최저임금보다 임금이 20% 높은 ‘시간제 노동자 최저임금제’ 도입도 선보였다.

또한 비정규직만 뽑아 쓰는 비정규직 다수고용사업장에는 불안정고용유발 부담금을 징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규직(무기계약직)·청년인턴제 등 불분명한 비정규직 고용을 없애는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불법파견을 통제할 수 없는 파견법을 폐지하고 직업안정법과 통합한 뒤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원청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외주용역에 대해서는 직고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무분별한 외주·분사화를 제한하는 법·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간접고용 노조의 교섭을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심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과 각을 세웠다. 그는 지난 22일 ‘복지·노동·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은 비정규직을 확산한 역사를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며 참여정부 시절 시행한 기간제법과 파견법 문제를 제기했다. 문 전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참여정부는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부족했던 만큼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 △비정규직 정규직화(4대 보험료 국가지원) △차별 확인시 징벌적 배상제 △간접고용 원청사업주 공동사용자 인정을 제시했다. 그는 “업종과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비정규직 고용 총량(상한선)을 설정하고 파견·용역·특수고용직 등 간접고용 형태도 포함시킬 것”이라며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정규직 전환 중소영세 노동자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4대 사회보험를 국가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차별시정 비교대상에서 동일노동 범주를 폭넓게 해석하고 차별이 확인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한편 법을 위반하면 징벌적 배상을 적용하기로 했다.

안전업무 정규직화·간접고용 원청사용자성 인정 한목소리

산업안전에 대해서는 대선주자들이 직접 언급한 예는 거의 없다. 다만 안전·생명 업무 외주화 금지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 문제는 특수고용직과 간접고용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발표한 일자리·노동공약에서 안전·생명 업무 외주화 금지 또는 정규직화를 언급한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이재명 시장·안철수 의원·심상정 대표·유승민 의원이다. 민주노총 정책질의 답변에서도 안희정 지사를 제외한 후보들은 간접고용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에는 모든 후보들이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문 전 대표는 “간접고용 사내하청에 대해 원청기업이 공동고용주 책임을 지도록 법을 정비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고용과 근로조건·산업안전·교섭까지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2일 ‘복지·노동·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도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의무화와 노동 3권 보장을 약속했다. 안희정 지사는 원·하청업체 간 불공정 해소를 언급했다. 하청과 재하청을 통해 발생하는 불법 하도급을 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정규직 문제로 접근하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이재명 시장은 민주노총 정책질의 답변에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엄격 규제, 300인 이상 대기업의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폐지와 권리 보장,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사업주의 교섭 보장을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은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불법파견 금지·간접고용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민간위탁 금지 법제화를 약속했다.

심상정 대표는 “25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업재해법 등 사회보험을 전면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의원은 간접고용시 원청사업주를 ‘공동사용자’로 인정해서 원청사업주와 간접고용노동자 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간접고용 뒤에 숨어서 변칙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행태를 규율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대부분의 후보들이 사용사유 제한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동의하고 있지만 현재 넘쳐나는 비정규직을 어떻게 정규직화할지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규모 축소·차별 금지·노동기본권 강화라는 3가지 축으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이행수단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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