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2000년을 비정규직 운동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조직화 방안을 강구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들을 위한 보호대책 마련에 나섰고, 최근에는 노사정위원회가 비정규직 특위를 신설해 제도개선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실제 법·제도개선의 추진은 상당히 더딘 편이다. 경영계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이에 노동계가 선언한 '비정규직 운동 원년'이후 다사다난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둘러싼 10대 이슈를 무순위로 선정했다. '해결된 사건'보다는 아직도 노조들의 투쟁이 진행중인 '미결사건'이 많다는 것은 노사정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대목이다.

▲ 비정규직 노조설립 봇물 = 초, 중, 고 특별활동 계약직 강사들, 공중파 방송에 파견돼 차량운전 업무를 해오던 노동자들, 보험설계사들... 지난 해부터 임시계약직, 파견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이 속속 노조를 설립했다.

▲ 정규직노조의 '비정규직' 이슈 파업 늘어 = 공권력투입으로 지난 해 여름 심각한 노정갈등 국면을 초래한 롯데호텔노조의 파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에서 비롯된 것. 이랜드노조 역시 265일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장기파업으로 심각한 노사대립을 겪었다. 이밖에도 병원사업장 등 많은 곳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로 투쟁을 벌였으며, 일부 사업장은 회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일정 기간후 정규직화' 약속 등을 받아내기도 했다.

▲ '복수노조 유예'의 유탄 맞은 비정규직 = 지난 2월 노사정위가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향후 5년간 존속시키기로 한 뒤, 이같은 내용의 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기존 정규직노조와의 조직대상 시비가 걸려 있는 곳을 포함해 많은 비정규직노조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민주노총 등은 연일 노사정위앞에서 규탄집회를 벌였고, 합의에 동참한 한국노총앞에서까지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 "파견근로철폐", 방송사 비정규직이 앞장 =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지난 해 결성된 방송사비정규직노조. 노랑색으로 '파견철폐'를 머리에 아로새긴 노조위원장으로도 유명한 이 노조는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직접 고용하도록 돼 있는 법조항'을 사용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 한국통신 7,000여명 계약해지, "고공 시위로도 해결안되네" = 지난 해 연말 한국통신이 선로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사원 7,000여명을 계약해지 하고 도급으로 전환시키려 하면서 노조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계약직노조원들은 한강대교위에 올라가 고공시위까지 벌여봤지만 사태해결은 어렵기만 하다.

▲ 양대노총 비정규직 조직화에 박차 = "2000년을 비정규직 운동의 원년으로!" 양대노총이 급감하는 조직률에 대처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금모금, 조직화 지원, 제도개선 투쟁 등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중. 한편 노동조합 외곽에서는 비정규직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운동단체,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 해 설립돼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개념', '규모' 등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 줄이어 = 비정규직 문제가 점차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계에서 비정규직을 둘러싼 논란이 줄을 잇고 있다. '비정규'냐 '비정형'이냐 하는 용어에서부터 개념, 규모, 노동자성에 대한 인정여부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과연 진실은 어디쯤 있을까?

▲ 불법으로 얼룩진 '하청'의 얼굴, 캐리어사건 = 도급계약을 위장한 불법파견근로와 최저임금법 위반 등 곳곳에 위법소지를 안고 있는 캐리어에 지난 2월 하청노동자들의 노조가 설립됐고 4월부터는 파업이 시작됐다. 과정에서 정규직과의 갈등, 경찰개입으로 인한 폭력사태 등으로 사건이 쉽게 종결되지 못하고 있다.

▲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 해결기미 '감감' = 레미콘 운송기사들로 조직된 건설운송노조는 시간외 근로수당 지급, 도급계약서 철폐 및 단협적용, 매주 일요일 휴무, 공정한 배차제도 실시 등을 촉구하며 지난 4월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평생 운전대를 붙잡고 살아오다 처음으로 파업에 참가한 이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소박한 요구를 전하고 있다.

▲ 여성 비정규직, "우리는 이중고" = 최근 여성 노동자 4명중 3명이 비정규직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여성의 경우 모든 연령층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비정규직 여성은 30대 초반을 저점으로 그 수가 증가하는데, 자녀 육아기를 거친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려할 때 제공되는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인데서 비롯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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