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조치로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롯데를 비롯한 현지 한국기업 제재조치를 이어 가면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위기감이 증폭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종사자들의 고용과 임금 문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폭탄 맞은 관광서비스업계=29일 관광서비스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로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호텔·놀이공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백화점 면세점은 한산함을 넘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모양새다. 서울지역 면세점에 입점한 화장품 납품업체에서 일하는 최상미 엘카코리아노조 부위원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아예 없고, 개인 여행객들만 가끔 있다"며 "조그만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무급휴가 중이고, 남아 있는 직원들도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그룹 산하 계열사 종사자들의 우려는 더 크다. 중국발 보복조치의 주요 타깃이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사드 배치 논란이 본격화한 이달 1일부터 중국 업체들의 입점 거부와 두 차례 중국발 디도스 공격을 당했다. 15일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뒤에는 중국인 매출이 반토막 났다.

김금주 롯데면세점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중국인 매출이 50% 정도 빠졌다"며 "27일에는 전체 매출이 손익분기점 밑으로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면세점에 입점한 중소·영세업체에서는 벌써부터 인원감축과 임금동결·삭감 얘기가 나온다고 김 위원장은 귀띔했다.

롯데호텔은 전국적으로 평균 30% 이상씩 매출이 떨어졌다. 종사자들의 고용 문제와 호텔 입점업체들의 경영악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롯데월드의 경우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중국인 입장객이 1만1천370명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7만8천400명이었다. 무려 85%가 줄어들었다. 강석윤 롯데월드노조 위원장은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지기 전 통계가 포함된 집계여서 4~5월 통계를 보면 중국인 입장객이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월드는 연간 외국인 입장객 240만명 중 중국인이 150만명을 차지한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마트 99곳 중 67곳은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폭탄을 맞았다. 매출손실이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는 관광·서비스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가스보일러·온수매트를 생산하는 롯데기공은 올해 1월 중국에서 주문받은 보일러 14만대 생산이 취소됐다. 전용수 롯데기공노조 위원장은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2만대를 생산했는데, 3월 이후 12만대가 전부 취소됐다"며 "금액으로 따지면 420억원 규모"라고 한숨을 쉬었다. 보일러 14만대를 주문받은 후 단기채용했던 용역인력 100여명 중 8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전 위원장은 "내수용 보일러 6천~7천대를 생산하면서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알아서 감내하라니, 이게 국가냐"=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 관련업계 종사자 고용불안과 임금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계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다. 강석윤 위원장은 "사업장별로 올해 임금교섭이 시작되면 임금동결이나 삭감, 구조조정 압박이 강하게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교석 프레지던트호텔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길게 가면 중소호텔들의 가격 과당경쟁으로 직원들 고용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레지던트호텔은 이날 노사대책회의를 열고 △45세 이상 △20년 근무 이상 △계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한국노총과 관광서비스노련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드 보복이 관광서비스업계 노동자들의 해고통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사드 배치 전에 피해를 예측하고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덜컥 도입부터 하고, 피해는 민간이 알아서 감내하라는 게 국가냐"며 "조선업 구조조정만큼 심각한 상황인 만큼 지금이라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종복 관광서비스노련 사무처장은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 한국 관광산업이 존폐 위기에 설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게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재수 연맹 위원장은 "31일 전국대표자회의에서 현 사태와 관련해 투쟁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정부와 중국대사관에 우리 요구를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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