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고용은 노동법의 제도적 보호장치를 거세시키면서 확산되고 있다. 계약기간을 정하여 채용과 해고에서의 법적 부담을 회피하고, 파견과 위장도급을 이용하여 사용자책임을 계약상의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개인도급계약으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채용에서부터 업무수행과 보상, 해고까지 권리의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혜숙 공인노무사

다양한 고용형태를 보이고 있는 비정규고용의 확산은 노동법의 여러 조항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현 노동법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사용자의 직접고용, 풀타임 근로 등을 전제하고 있다.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하거나, 근로시간이 짧은 것, 사용자가 복수로 분리되는 것은 예외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노동법이 사용자와 국가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잇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정규고용은 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보호를 거세시키면서 확산되고 있다. 계약기간을 정하여 채용과 해고에서의 법적 부담을 회피하고, 파견과 위장도급을 이용하여 사용자책임을 계약상의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개인도급계약으로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에게 노동유연화는 채용에서부터 일상적인 업무수행과 보상, 해고까지 관철되어 무권리상태를 강요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비정규노동자를 사용하면서 신규채용에 따른 비용과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계약기간을 정하여 또는 파견으로 1년내지 2년을 사용해 보고 괜찮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과 판례는 수습이나 시용노동자도 정규직과 같은 법적 보호를 당연히 인정하고 있고, 채용내정 후 이를 취소하거나 시용기간 후 업무능력과 관련하여 정식채용을 취소하는 것도 해고로 인정하고 있다. 만일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법위반의 부당해고가 되는 것이다. 즉, 수습이나 시용을 이유로 한 사용자의 일방적인 횡포를 막고 고용의 안정을 법과 판례로 보장해왔다. 최근 노사정위에서 2년내지 3년이상 근로한 계약직노동자를 정규직화하자는 조항을 신설하자거나, 2년이상 근로한 파견노동자를 직접채용해야하는 파견법조항은 기존 판례보다도 훨씬 뒤쳐진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해 롯데호텔과 같이 치열한 투쟁을 통해 정규직화된 것이 보편적인 현실이다.

또한 경영계는 기업의 핵심업무에는 비정규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핵심인력은 정규직으로 보유하고, 비핵심인력은 모두 비정규직화시킨다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어 숙련이 요구되지 않는 비정규노동자는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비용부담없이 떨쳐버릴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에게 능력계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별도의 투자도 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기업내 복지에서도 제외된다. 그러나 법은 여기에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균등처우조항이 있지만, 그것이 정규-비정규라는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도 규제하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법위반이지만,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여성과 정규직 남성을 차별하는 것은 성차별금지조항을 비켜갈 수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자의 2/3가 비정규노동자임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고에 있어서도 비정규노동자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들에게 해고는 계약기간의 만료일 뿐이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재계약을 할 수 있지만, 구조조정이라도 하면 감원의 최우선 대상이다. 사내하청, 파견, 임시일용 등의 비정규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정리해고규정의 제한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을 맺은 노동자는 개인사업주라 하여 노동법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때마다 매번 법적 확인을 거쳐야 하고 그나마도 거부당하기 일쑤다. 보험설계사와 학습지교사, 지입차주등은 채용과 업무수행과정, 해고에 있어 사용자들은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사용자로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 극단적인 경우이다.

현재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는 제도는 앙상한 법조항과 판례, 대세를 아가는 무기력한 노동행정뿐이다. 명목상의 법조항도 노동자가 목숨걸고 찾을 수 밖에 없어 무의미하다. 앙상한 제도에 기대어 보호받는다 해도 비정규노동자로 차별받고 열악한 근로조건이 지속되는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보호받았다 할 수 있을까?

이제,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법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대해 제한기간과 그 사유를 명시하고 정규직전환을 유도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자의 일방적 횡포를 막아야 한다. 다양한 간접고용형태에 대해서는 행정감독을 강화하여 직접고용을 강제해야 하고, 노동자보호의 관점에서 근로자성 인정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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