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올해 12월 병역기피자 신상공개를 예고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인권침해 행위”라며 반발했다. 병무청은 11월 말 잠정공개 대상자 재심의를 앞두고 지난달 병역기피자 922명에게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군인권센터·전쟁없는세상·참여연대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무청에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유엔 자유권규약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의 자유에서 파생된 권리”라며 “신상공개는 병역의무 기피 예방과 병역 이행 풍토 확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인정을 권고해 왔다. 종교적 신앙이나 개인적 신념으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우리나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병역법 위반으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병역을 면제받고 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1년6개월 이상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병역이 면제된다.

병무청은 병역의무를 기피한 922명에게 6개월간 소명기회를 주고 11월 말 잠정공개 대상자 재심의를 한고 밝혔다. 12월 최종 병역기피자의 이름과 나이·주소·기피일자·기피요지가 포함된 명단을 공개한다. 지난해 12월에는 23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성장 과정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의 양심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로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다”고 밝히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법원이 수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판결을 내렸음에도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11월 말 재심의까지 재판이 만료되지 않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명단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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