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도 A대학 C학부장은 B교수를 불러 조교들이 있는 가운데 "교수협의회에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요청서에 서명하라고 했다. B교수는 “동료 교수를 제명하는 것은 양심적으로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C학부장은 “언론에 알려진 사항인데도 교수협의회가 또 성명을 발표해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며 서명을 강요했다. B교수는 서명하지 않으면 교수업적평가 중 총장 종합평가점수에서 극히 낮은 점수를 받고, 연봉인상 정지뿐 아니라 재임용 거부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이익을 예상해 서명하고 말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수협의회에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교수들의 서명 과정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대학에 인권침해 재발방지를 권고했다. A대학 총장에게 주의, 이사장에게 총장·보직교수 인권교육, ○○도지사에게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피해 교수들은 서명을 하지 않을 경우 교수 업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임용 거부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했다. 또 보직교수 등이 지켜보고 있어 서명을 강요당하는 느낌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집단의사 표현방식으로 서명을 하거나 그러한 서명을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은 보장해야 한다”며 “대학의 보직교수가 주도해 요청서 문안을 만들고 직접 교수들을 대면해 서명을 받는 경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했다고 보기 어려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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