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둔 고 서명식 코엑스노조 위원장을 탄핵하기 위해 코엑스측이 직원들을 조직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이 나왔다. 회사가 노조 운영에 지배·개입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노조는 “사측 주도의 탄핵 움직임은 위원장에게 엄청난 심적 압박을 줬다”며 “서 위원장 죽음에는 변보경 사장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팀장, 조합원 만나 “곧 탄핵 서명지 돌 것”

“이번 금요일 아마 서명서를 돌릴 것 같아. 서명서를 돌리는 취지는 이러이러해서 위원장의 어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일에 집중을 하고 직원들 잡아 놓는….”

28일 <매일노동뉴스>가 A팀장이 직원에게 노조위원장 탄핵 서명지를 돌릴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A팀장은 노조 조합원인 한 직원에게 “지금 노조위원장이 나온다(업무복귀) 하더라도 뭐 회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며 “내가 보장을 할 것이고 상무님이 보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을 테니 죄책감 가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말이다.

A팀장은 서 위원장을 위해서라도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위원장도 엄청나게 피곤할 것”이라며 “아마 코엑스 입사해서 최고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나오는 것이 가장 좋은 모양새인데 그렇게 할 것 같지도 않다”며 “이 시점에서 더 이상의 상처를 받기 전에 (내려오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직원은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 녹취록에는 또 다른 B팀장이 서 위원장을 직접 만나 현업 복귀를 종용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녹취는 이달 8일 녹음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팀장들이 직원들과 개인 면담을 통해 곧 서명지를 돌릴 테니 회사인지, 노조위원장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며 “이 소식을 접한 서 위원장은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위원장이 관할 근로감독관에게 중재를 요청했다”며 “근로감독관이 사측에 부당노동행위라는 점을 지적하자 사측의 계획은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노조 “경영진 퇴진해야”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경영진 퇴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사측의 악랄한 노조 탄압에 서 위원장이 이미 몸이 망가진 상태에서 쓰러진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에 부역한 경영진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29일 오후 열리는 코엑스 이사회에서 변보경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엑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애석하고 가슴 아픈 상황”이라며 “고인과 유족을 최대한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공식입장은 내지 않는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서명식 위원장은 이달 18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21일 유명을 달리했다. 이달 2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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