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 등의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기업 수사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속노조와 노조 유성기업지회·기아차지부 화성지회사내하청분회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조사에서 비켜나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는 재벌 대기업을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 규정했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을 준 피의자'로 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성격을 뇌물로 본 것이다.

검찰 2기 특별수사본부는 1기의 판단을 유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발표하면서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재벌에 대한 수사도 미온적이다. 검찰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재벌 중 이미 구속된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최태원 SK 회장만 유일하게 소환 조사했다.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대상에 포함됐고, 면세점 추가 선정 과정에서 정부 특혜 의혹이 짙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재단에 삼성 다음으로 많은 출연금을 낸 현대차그룹은 수사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미르재단에 85억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 등 128억원을 냈다. 최순실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사실상 최씨가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2억원어치 광고를 몰아줬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현대차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구속수사를 검찰에 요구했다. 김성민 유성기업지회장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 배후에 현대차가 있었다는 것이 법원 판결에서 확인됐다"며 "노동법을 유린하고 국정농단 사태에 개입한 현대차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 위에 군림하며 특권과 이권을 누린 부당한 세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촛불시민들이 박근혜를 몰아냈지만 그 부역자와 공범들에 대한 처벌은 완성되지 않았다"며 "자동차공장에 불법파견을 확산하고 노조파괴를 배후 조종한 정몽구 회장이 처벌받아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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