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를 비롯한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27일로 500일이 됐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은 없었고, 책임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는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다”며 “검찰은 형사고발된 경찰 진압책임자 중 누구 하나 기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백남기투쟁본부를 비롯해 24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후 4개월 동안 열린 촛불집회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시켰지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투쟁본부는 2015년 11월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포함한 책임자 7명을 형사고발했다. 이들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법안은 6개월째 계류 중”이라고 지적했다.

강신명 전 청장은 지난해 9월12일 열린 국회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가운데 황규진 경찰대 교수(경찰학)가 지난 24일 열린 ‘경찰의 새로운 집회·시위 관리방식 모색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사과의 뜻을 밝혀 관심이 집중됐다.

황 교수는 “한국 경찰은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을 살수차 물줄기로 가격해 뇌사 상태에 이르게 했다”며 “경찰관 일원으로서 백남기 농민과 그 유가족에게 깊이 사과드리며 한국 경찰이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미력한 힘이나마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의식불명 상태로 317일간 중환자실에 머물던 백씨는 지난해 9월25일 끝내 숨졌다. 서울대병원이 급성신부전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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