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철도노조가 KTX 정비업무 외주화 문제를 논의하자며 제안한 대화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거부했다. 코레일이 KTX 정비업무 외주화를 위한 입찰 공고를 한 뒤에는 외주화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위기감에 노조간부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27일 오후 대전광역시 코레일 본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김갑수 수석부위원장과 차량지부장을 비롯해 간부 8명이 무기한 단식에 동참했다. 다른 간부들은 1박2일 동조 릴레이 단식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코레일 기술본부장과 간담회를 통해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려 했지만 사측이 대화를 거부했다”며 “KTX 정비업무 외주화를 막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1천억원 규모, 5년짜리 계약
“입찰 못 막으면 되돌리기 어려워”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이 이번에 정비업무 위탁과 관련한 사전 공고를 낸 곳은 수도권(고양시)·부산·호남 철도차량정비단이다. 1천억원 규모의 5년짜리 계약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비업무 외주화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계약이 체결되면 이후 해약하려 해도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차량정비 업무를 맡는 수도권·부산·호남 철도차량정비단의 외주화 비율은 각각 20%·49%·42%다. 세 곳 모두 재계약 일시가 도래했다. 여기에 수도권 정비단 업무 중 KTX 핵심장치를 정비하는 업무 외주화를 확대해 외주비율을 53%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정비 외주비율을 최종적으로 75%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번주에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여 이를 막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속철 정비를 외주화할 경우 국민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김병주 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장은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철도의 정비 기술력은 하루이틀 만에 쌓이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KTX가 큰 탈선사고를 낸 적은 없었지만 외주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 대형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차기 정부서 외주화 정책, 전면 재검토될 것”

현재 추진하는 업무 위탁 확대를 중단하고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부문은 인력을 값싸게 쓰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투자를 덜하게 되면 정비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외주화가 한 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밀어붙일 게 아니라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14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공공부문 개혁 토론회에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캠프측 정책책임자가 토론자로 나와 공공부문 외주화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차기 정부를 이끌 가능성이 높은 야 3당의 모든 대선주자가 공공기관 민영화의 일환인 안전과 생명업무의 외주·도급에 반대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전면 재검토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외주를 확대하는 것은 잘못된 '적폐 정책'을 정권이 바뀌기 전에 '알박기'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간담회는 사전에 논의 내용 조율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단식농성을 예고했기 때문에 응하기 어려웠다"며 "외주화는 지금 갑자기 추진하는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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