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16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사진이야기 포토뉴스
시인의 노래

시인의 마을이 헐렸다. 광장에 촘촘했던 비닐 집은 비바람을 겨우 막았을 뿐이지만, 겨우살이 너끈했던 보금자리였다. 떠나며 시인은 노래했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구슬픈 목청이 확성기 타고 광장에 퍼졌다. 거기 집에 갈 준비로 들뜬 촌민들이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기쁜 날 광장에 모여 쏘아 올린 불꽃놀이대를 마이크 삼은 동지가 베짱이 노릇을 함께했다. 왈칵 뜨거운 것이 올라와 시인은 자꾸 울었다. 캠핑촌은 한겨울 민심의 바다에서 부표 노릇을 했다. 부평초 시인이 돌 틈에 잠시 민들레처럼 뿌리내렸지만 봄바람에 홀씨처럼 떠난다. 머무는 곳마다 척박했으니 이제 또 어디로 갈꺼나. 브라보 브라보 시인의 청춘, 가수 손병휘가 극장 터에 앉아 커튼콜을 받고 또 받았다. 화가는, 조각가는 어깨춤을 췄다. 오늘 광장엔 세월호 천막이 남았다. 부표처럼 천막은, 노란색 깃발은 흔들렸지만, 그 자리 떠날 줄을 몰랐다. 왈칵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애태운 사람들이 울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기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